통신업계가 대형 가맹점의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를 위해 기준보다 낮은 카드 수수료율 적용 요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에 반발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22일 “통신요금에 대한 카드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매월 정기성으로 자동납부가 처리되고, 카드사·통신사·밴(VAN)사가 공동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는 특수 결제시장이기 때문”이라며 “통신사를 다른 대형 가맹점처럼 적격비용 이하 요구 금지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입법예고한 이 개정안에 따르면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은 이른바 `적격비용(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보다 낮은 수수료율 적용 요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신 3사와 대형 케이블사업자(MSO) 등도 적용 대상이다. 단 가맹점의 특수성을 고려해 적격 비용을 차감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통신업계는 카드 수수료율 인상이 통신사업자 부담을 늘려 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가 제시하는 대로라면 기존보다 36% 이상 수수료율이 증가한다. 연간 비용 증가로 산출하면 900억~1200억원이다.
KTOA 관계자는 “통신사 요금 결제 시 신용카드 수수료가 낮은 것은 통상 수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송, 조달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은 카드사에서 신규가입자 유치를 위해 과도한 마케팅과 혜택을 내세웠기 때문인데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발생하는 카드사의 손실을 대형 가맹점에 전가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통신비를 비롯해 필수 재화의 결제 수수료를 올리는 것이 카드사에만 이익을 더 남게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사 카드결제는 대부분 통신요금 자동이체로, 수수료가 인상되면 통신사는 은행 자동이체 전환, 제휴할인 폐지, 마일리지 축소 등을 할 수밖에 없어 고객혜택 감소 및 민원 증가 등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 통신사는 실제로 신용카드 축소 방안 및 가맹점 해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번 통신요금 카드 수수료 인상은 수개월간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연구를 거쳐 정부의 객관적인 판단 아래 이뤄진 조치”라며 “그동안 우월적 지위를 활용, 낮은 수수료를 받아오던 통신사들의 편익은 일부 줄어드는 대신,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는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