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디자인 정책을 디자인할 때다

[데스크라인]디자인 정책을 디자인할 때다

K팝 열기가 뜨겁다. 특히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에 한국의 음악과 문화를 알리는 일등공신이다. 이 덕분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최근 디자인 분야에서 한류에 못지않은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달 초 경일대 디자인학부 고혜진씨가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2012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고씨처럼 국내에는 창의성을 지닌 수많은 디자인 전공자들이 세계적 디자이너를 꿈꾸며 실력을 쌓고 있다.

최민규씨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접히는 플러그`를 개발해 영국 디자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최씨는 이 디자인으로 영국에서 `2010 올해의 디자인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아예 현지에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지난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3대 디자인 전시회 `100% 디자인 런던` 한국관에는 전체 관람객의 70%에 해당하는 1만400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디자인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디자인계 혁명가로 불리는 영국 네빌 브로디는 “디자인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이미지의 시각적 즐거움이 아니라 그것이 지니는 메시지”라고 했다. 디자인의 세계화는 바로 그 나라 문화를 디자인에 담아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은 정부도 지난해 4월 한국 디자인 경쟁력을 오는 2015년까지 세계 7위 수준으로 격상시킨다는 목표로 `디자인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디자인 활용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디자인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디자인 경쟁력은 최근 주춤하는 분위기다. 디자인 경쟁력이 2007년 세계 9위까지 올랐다가 2010년엔 오히려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내 디자인 시장 규모는 2010년 7조1000억원이다. 지난 2006년 6조8000억원 규모에 비하면 4년 사이 고작 3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디자인 투자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 열 곳 가운데 한 곳만이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디자인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디자인 경쟁력이 뒷걸음질하는 배경이다.

“상당수 기업이 디자인을 제품 외형 이미지를 바꾸는 정도로 인식한다”고 얘기하는 디자인 전문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기술과 감성을 잇는 새로운 융합의 촉매제며 미래 한국 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이다. 제품 외형을 기발하게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기획부터 사업화 전 주기에 참여해 제조공정의 효율화까지 꾀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디자인이다. 제조업보다 몇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서비스 산업이다. 디자인 자체 경쟁력뿐만 아니라 디자인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디자인할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재훈 전국취재 부장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