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쾀TV 출시 준비 완료…유료방송업계 새 뇌관으로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클리어쾀TV`가 기술정합 시험을 끝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초 저소득층 160만 가구를 대상으로 클리어쾀TV를 본격 보급할 방침이다.

클리어쾀TV를 도입하면 셋톱박스 없는 염가의 디지털 방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가입자 이탈을 우려한 IPTV와 위성방송 사업자의 저항이 예상된다. 당장 이들 사업자는 다음 달로 예정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클리어쾀TV 표준 제정에 반대할 태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씨앰비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개발한 클리어쾀TV에 기술정합 시험을 마무리했다.

클리어쾀 표준화를 위한 TTA 기술위원회 회의도 지난 22일 완료됐다. 다음 달 21일 TTA 표준화 총회를 통과하면 클리어쾀 국내 표준이 제정된다.

방통위는 내년 초 몇 군데 지역을 정한 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클리어쾀TV를 판매하는 시범사업을 벌인다. 이후 문제점을 보완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지역주민센터 등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안내문과 전화를 돌려 클리어쾀TV 정보제공과 구매를 돕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클리어쾀TV를 지역주민센터에 신청한 저소득층 가정으로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가전사 매장에서는 클리어쾀TV를 판매하지 않는다. IPTV와 위성방송사업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소득층만 클리어쾀TV를 사도록 하는 방안이다. 저소득층의 범위는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인 160만 가구다.

IPTV와 위성방송 사업자는 클리어쾀TV를 도입하면 케이블TV 가입자만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당장 TTA 표준화 총회에서 클리어쾀 규격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할 태세다. 의결권이 많은 통신사들이 반대하면 총회에서 표준안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 IPTV사업자와 KT스카이라이프는 이미 이달 초 클리어쾀 표준화 반대 의견서를 TTA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 사업자 관계자는 “클리어쾀은 여러 유료방송 매체 중 케이블TV 사업자에만 해당돼 특정사업자의 특혜 시비와 미래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기반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IPTV를 서비스하는 KT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클리어쾀 도입을 찬성하지만 방송시장 저가 고착화와 불법복제 그리고 공정경쟁 환경 저해 등이 우려된다. 이를 예방할 조건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리어쾀이 TTA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아도 TV 제조에는 문제가 없다. 표준이 있어야 TV를 제조하는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클리어쾀TV는 정부가 강제성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 사업자끼리 합의해 진행하므로 표준화되지 않아도 TV 제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통신사와 관계를 고려해 TV 제조사들이 소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