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신재생에너지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2020년까지 130조원이 넘는 돈을 전기요금으로 거둬들이기로 했다.
25일 BBC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전력회사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자금을 전기요금에 부과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법안(Energy Bill)을 발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전력회사는 2020년까지 760억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31조원을 일반가정에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가구당 연간 20파운드의 추가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하며, 이 금액은 해마다 증가해 2020년에는 95파운드를 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에너지법안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전통 발전설비의 50%가 문을 닫는다”면서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1100억파운드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법 배경을 밝혔다.
영국 정부는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민들에게 오히려 이익이 된다는 입장이다.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다음주 이 법안이 의회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비판은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탄소감축 목표치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 작업을 2016년 총선 이후로 미뤘다. 현지 전문가들은 정확한 목표치를 제시해주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유인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소비에 민감한 기업의 반대도 거셌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금을 정부가 지원해주는데는 찬성하지만, 지나치게 탄소배출 감축 압력이 강할 경우 글로벌 제조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신재생에너지를 지지하는 자유민주당과 가스산업을 지지하는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 사이의 갈등도 에너지법안이 넘어야할 산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