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진이 빛의 굴절을 조절하는 `스마트 메타물질`을 개발해 공상과학 영화처럼 물체를 숨기는 투명망토를 만들었다. 김경식 연세대 교수 연구팀은 “스마트 메타물질을 자체 제작해 마음대로 변형시켜도 신축성을 계속 유지하는 투명망토를 실험적으로 구현해 냈다”고 26일 밝혔다. 스마트 메타물질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물질로 외부 자극에도 계속 기능을 유지하도록 광학 굴절값(빛의 꺾임)을 스스로 조절한다.
사람이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물체에 부딪혀 반사된 빛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빛이 반사되거나 흡수되지 않고 뒤로 돌아가면 물체는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빛이 물체에 닿지 않고 뒤로 돌아가려면 인위적인 굴절률이 필요하다. 데이비드 스미스 미국 듀크대 교수가 2006년 세계 최초로 뒤로 돌아가는 굴절값을 만족시켜 투명망토 재료가 되는 메타물질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투명망토는 숨기려는 특정 물체에 맞춰 설계했다. 접거나 변형하면 투명망토의 기능을 잃게 됐다. 작게 만들려면 공정이 어렵고 긴 시간이 걸렸다.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에 따르면 600나노미터 크기의 물체를 가리는 투명망토를 제작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김 교수팀은 빛의 굴절뿐 아니라 특정한 탄성을 동시에 갖는 투명망토 제작에 성공했다. 망토를 변형·압축해도 투명망토의 빛 굴절 성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압축성이 뛰어난 실리콘 고무튜브 구조를 투명망토에 이용했다.
구멍이 많은 스펀지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그 부분에는 밀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실리콘 고무의 밀도 분포를 적용했다. 압축 부분의 밀도가 높아져 투명망토의 빛 굴절을 자동으로 만족시키는 광·탄성 구조를 설계·제작해 `스마트 메타물질`을 구현해 냈다. 김 교수는 “개발한 투명망토는 지금까지 기술과 달리 압축·변형의 역학적 성질과 빛 굴절의 광학적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며 “기계공학과 광학의 융합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 탄성변형을 이용한 큰 면적의 투명망토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