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뻔뻔함` `예의 없음`이라는 의미다. 이스라엘에서는 긍정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윤종록 연세대 교수는 `당돌함`으로 해석했다.
지난주 한·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콘퍼런스가 열렸다. 정보기술(IT) 강국 이스라엘을 만든 원동력 후츠파 정신을 새삼 느꼈다.
이스라엘 대표 벤처캐피털인 기자캐피털의 지브 홀츠만 회장은 “이스라엘은 혁신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라는 작지만 글로벌 혁신 산업을 선도한다”며 “이스라엘은 건국한 그날부터 `글로벌화`를 국가 모토로 삼았다”고 자부했다.
요아브 셰르셰 이스라엘선진기술협회(IATA) 회장은 “이스라엘은 기업가를 영웅으로 취급한다. 기업가는 산업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실패를 거듭한 사람에게 다시 투자한다”고 소개했다.
이스라엘 인구는 고작 770만명이다.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다. 내수시장이랄 것이 없다. 불가피하게 해외를 본다. 그리고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뻔뻔하고 당돌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그것이 개인·기업·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우리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렇다 할 자본이 없다. 믿는 건 결국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과 비교되는 무엇인가가 있을까. `헝그리 정신`이 떠올랐다.
한때 헝그리 정신은 스포츠인·기업인의 성공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리고 `우리 스타트업인에게 헝그리 정신이 남아 있을까`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창업가에게 정신 자세는 중요하다. 사업 성패와도 직결된다. 정부의 창업 활성화 의지가 상당하다.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남이 하니 나도 한다` 식이다.
지원을 중단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제대로 된 창업자를 선별해야 한다. 그리고 선의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그들의 값진 경험이 성공의 기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또 `엉뚱한 밭에 씨앗 뿌리기` 지원이라는 비난만 듣게 된다.
김준배 벤처과학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