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 쇼크, 경영과 금융 조화로 넘자

지난 2008년 원화 환율 급등으로 은행과 키코 계약을 한 많은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 일이 있다. 유망 중소기업이 키코 때문에 하루아침에 도산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아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도 있다. 당시 기업들은 키코 계약을 하면 안전하게 환헤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키코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환율 급등이라는 악재를 만나 쓰나미로 변해 우량기업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4년이 지난 지금 최근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수출 채산성이 낮아져도 키코의 악몽을 기억하는 수출 중소기업은 환헤지를 주저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중소기업 40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환변동 보험 가입이나 선물환 헤지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환위험 관리를 하는 곳은 전체의 19.4%에 불과했다. 대금결제일 조정이나 수출단가 조정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곳은 49.9%였고 대비책이 전혀 없는 곳도 21.8%나 됐다.

환율 쇼크 극복이 지상 과제로 부상하면서 금융상품이 아닌 경영 노하우로 극복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주목을 끈다. 중국에 공장이 있거나 중국 기업과 거래가 많은 기업은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이는 방법으로 원화 강세 충격을 줄였다.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성장해 아시아 역내에서는 거래하는 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달러화 거래가 많은 기업은 수출과 원자재 수입을 같은 기간에 맞추는 방법으로 환율 쇼크를 최소화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에 수출할 때 달러로 받고 수입할 때 달러로 결제하면 환율 변화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환위험 손실을 피한 기업 사례도 있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면 개별 기업이 환율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온다. 기업도 금융상품을 배제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외화 매출의 일부는 환변동 보험 등 금융상품을 활용해 헤지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