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27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22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이번 대선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사퇴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기호 1번)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기호 2번) 양자 구도로 압축된 후, 두 후보 간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초박빙 접전 양상을 보인다.
이 때문인지 선거운동 첫날부터 양측은 상대방의 약점을 직접 공격하면서 날 선 공방전을 펼쳤다. 박 후보는 문 후보를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라고 공격했고, 문 후보는 박 후보를 `유신 독재의 대표`라고 몰아붙였다. 보수와 진보, 정권 재창출이냐 탈환이냐를 놓고 사활을 건 전쟁을 펼치리라 예상했지만, 첫 유세부터 그 수위가 높았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 과열로 흐르다 보면 탈법과 불법이 동원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이날부터 공명선거 감시활동에 들어간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부정이나 불법을 가장 먼저, 제일 잘 알 수 있는 게 국민”이라면서 “최종적 판단도 국민 몫”이라고 강조했다. 허위사실이나 흑색·비방선전에 노출돼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누구보다 큰 피해를 입는 이는 바로 유권자인 국민이기 때문이다.
선거 과열 양상은 정책선거의 의지도 퇴색시킬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은 선거 운동 기간 전부터 각 정당과 함께 주요 공약을 도심 곳곳에 현수막으로 내걸었다. 짧은 글자 수 안에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다 보니 비약하거나 과장한 정책 공약이 대부분이다. `100세 시대 60세 정년 의무화` `내년부터 반값 등록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수혜를 받는 이들의 조건과 그 시기가 분명히 있음에도 거두절미한 것이라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준다.
과장·허위 공약의 끝은 결국 국민에게 세금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뒤로 미루지 말고 눈과 귀를 열어 이 시기 만큼은 현명하고 무서운 유권자가 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