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40대 `중년 게이머` 사이에선 모 게임을 즐기다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조치를 취해 달라는 웃지 못할 항의성 글이 게시판에 올라와 눈길을 끈다.
연말연시를 맞아 회사나 친구 등 송년 모임이 많은 와중에 이를 마다하고 퇴근과 동시에 집이나 PC방으로 향하는 30∼40대 게이머를 찾는 글이다. 하루종일 전략전술을 고민하면서 자신만의 가상세계인 게임 속에서 국가를 건설하고 기술을 연마한다. 이들은 왜 게임에 빠졌을까.
요즘 출시 게임을 보면 게임 수명이 무서울 정도로 짧다. 인터넷조사기관 랭키닷컴에 따르면 카카오톡 게임의 수명은 평균 3주라고 한다. 일부 게임은 아예 처음부터 폭풍 랩업 같은 문구로 빠른 플레이를 유도한다. 덕분에 게이머가 쉽게 게임에 빠져들 수 있지만 반대로 단순한 게임 플레이 방식 탓에 금방 질리는 게 단점이다. 물론 게임의 깊이는 당연히 없다.
◇ 아빠를 반하게 만든 전략 웹게임=제국건설 같은 게임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국건설은 웹게임 유저가 선호하는 부족전쟁을 다룬 게임으로 독일 유명 개발사인 이노게임스가 만들었다. 제국건설은 자신만의 제국을 만드는 스토리를 토대로 한 전략 웹게임이다. "여느 웹게임과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게임 몰입도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풍부한 콘텐츠를 갖춰 플레이의 느린 진행이 오히려 전략과 전술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여유로 이어져 신중함과 깊이를 주는 장치가 된다.
제국건설 같은 전략 웹게임이 30∼40대 중년 게이머를 사로잡는 또 다른 이유는 90년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 주던 깊이와 요즘 온라인게임의 중독성을 절묘하게 배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국건설의 또 다른 매력은 세밀한 그래픽에 있다. 사실적인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삼국지류 웹게임이 갖는 그래픽과 비교가 안 된다. 석기시대에서 시작해 식민지 시대까지 시대별 건물과 유닛 디자인을 세밀하게 표현했을 뿐 아니라 건물 내 사람 움직임까지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정밀하게 표현해냈다.
한편 제국건설은 지난 11월초 식민지 시대를 업데이트해 인기몰이 중이다. 12월초에는 유저 요구가 많았던 길드 핵심 콘텐츠인 위대한 건축물을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 한국서 이례적 대박…문명5 비결은=문명5 역시 전략 게임하면 떠오르는 게임 가운데 하나다. 이 게임의 역사는 상당하다. 지난 1991년 시드마이어의 문명으로 시작해 20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문명5는 지난 2010년 9월 선보인 최신 시리즈다. 자신만의 문명을 건설하고 군대를 육성하려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문명5는 90년대 지금 30∼40대 세대를 열광하게 만들었던 턴 방식 전략 시뮬레이션이다. 계속 뭔가를 건설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외교나 전쟁 등 실제 문명을 건설하는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 여유를 갖고 다음 전략을 고민하는 재미를 한 마디로 함축하는 `Just One More Turn`이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악마 게임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명5는 전 세계적으로 900만 장 이상 판매됐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6월 확장팩까지 나온 상태다. 이후에도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를 내놓거나 모바일 버전으로 변환 출시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요즘 10∼20대가 즐기는 게임은 계속해서 게임 속도가 빨라지는 트렌드에만 집중되어 있다. 반면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제국건설이나 문명 같은 게임은 오래 플레이하는 건 물론 전략적 재미를 추구하는 장점을 앞세워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