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와 함께 자살,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법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대학 간 공동연구소인 포스텍-가톨릭대 의생명공학연구원 성영철 포스텍 교수, 전신수 가톨릭의대 교수 연구팀은 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s)를 이용, 쥐의 폐에 생성된 전이암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폐는 암세포 전이가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장기로, 유방암과 피부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의 원격 전이가 폐에서 발생하곤 한다. 암이 폐로 전이되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절제수술이나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 기존 치료법은 생존기간만 연장할 뿐 완치 가능성은 극히 낮다.
포스텍-가톨릭의대 공동연구팀은 간엽줄기세포를 암세포만 골라 죽일 수 있는 유도물질로 효과가 증진된 `12량체 트레일(TRAIL)` 유전자와 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HSV-TK` 유전자를 동시에 분비하도록 조작한 뒤, 신장 암세포가 폐로 전이된 쥐에 이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이는 항암·자살 유전자를 한꺼번에 분비하는 줄기세포가 스스로 암세포를 골라 이동, 암세포와 함께 자살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줄기세포는 폐, 특히 암 부위로 이동했으며 소량의 줄기세포를 반복적으로 주입, 항암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주입 3번 만에 모든 쥐에서 폐로 전이된 암세포가 완전하게 제거된 것을 확인했다.
전신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에서 성체줄기세포만을 이용해 전이된 종양을 완치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매우 놀라운 발견”이라며 “아직 동물실험만 했지만, 곧 임상실험에 착수해 치료제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영철·전신수 교수팀은 포스텍 기초과학 원천기술과 가톨릭의대의 임상 노하우를 접목,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2005년 세워진 포스텍-가톨릭대 의생명 공학연구원의 대표적인 공동연구팀으로 그간 난치성 질환인 암 치료를 위해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암학회가 발행하는 임상 암 분야 최고 학술지 `임상 암 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지 온라인판 30일자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