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싸이 유튜브 1위의 의미는 `ICT와 콘텐츠 융합`

[ET단상]싸이 유튜브 1위의 의미는 `ICT와 콘텐츠 융합`

드디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 수 1위에 올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에서 `강남스타일` 패러디와 리액션(`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본 이용자 반응) 등의 영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며 증후군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드라마, 영화, 음악 분야에서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 진출해 성과를 높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문화 현상까지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콘텐츠 시장은 온전히 내수에 의존해왔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언어, 문자, 문화 등을 이유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꺼려왔다. 콘텐츠 하면 전통문화 중심의 아날로그 콘텐츠를 먼저 생각했고 문화 예술 측면만 보는 데 머물렀다. 게다가 콘텐츠 산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출판과 방송이 내수 위주다 보니 콘텐츠의 산업적 인식이 매우 낮았다.

이러한 고정 관념을 깬 것이 정보통신기술(ICT)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초고속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온라인게임이 등장,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 모델을 보여주었다. 온라인게임 산업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세계 1위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된 넥슨은 이제 세계 3위 게임 사업체로 성장했다. `바람의 나라` 등을 성공시켰고 1조원대 연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이러한 성과는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콘텐츠와 만나며 거둔 것이다.

강남스타일과 온라인게임의 성공은 콘텐츠 성공 방식의 변화와 모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제 콘텐츠의 성공은 글로벌 유통에서 이뤄진다. 글로벌 유통은 온라인과 모바일로 패러다임을 바꿔 버렸다. 예전에 글로벌 유통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비용, 시간이 걸렸다. 하나의 드라마나 영화, 음악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려면 글로벌 미디어 유통 기업을 통해야 했고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수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 글로벌 유통은 온라인 유통을 이용하면 된다. 이는 비용과 시간의 제약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강남스타일`은 그것을 제대로 구현했다. 싸이는 저작권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세계 어디에서 누구라도 자유롭게 접근해 자신의 음원을 다양하게 사용, 패러디와 리액션 등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허용했다.

그 결과 `강남스타일` 관련 동영상 수가 1200만개가 넘고 `강남스타일` 음원이 사용된 영상의 조회 수도 10억건이 넘을 정도로 확산됐다.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열린 유통망과 열린 생태계가 콘텐츠에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즉 콘텐츠와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이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에 핵심 열쇠가 됐다. 콘텐츠가 ICT와 결합할 때 새로운 창조의 기회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창조경제 시대에 창조성은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이며 자산이다. 창조성을 국가 전체에서 국민 개개인이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개인의 창조력을 타고난 재능, 끼로만 보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창조성은 ICT에서 비롯되고 ICT를 통해 구현된다. ICT 기반 열린 생태계의 확산은 기존의 폐쇄적인 콘텐츠 제작과 유통 체계를 콘텐츠 중심의 개방형 생태계로 변화시키면서 창조성의 지평을 넓힌다. 이런 환경에서는 1인 창작 기업이 얼마든지 생겨나고 수많은 콘텐츠 관련 일자리가 생긴다. 그 결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이 바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결합하는 커다란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적기다. 콘텐츠 산업을 질적으로 도약시킬 ICT 생태계 조성의 기회가 왔고, 이것이 우리 경제를 창조경제로 변화시킬 해법이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jinseon@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