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초등학생 때 얘기다. 당시 가수 조용필이 한창 인기였다. 그래서인지 동네 아이들 사이에 `조용필 목소리가 두 개로 나온다`는 괴소문(?)이 나돌았다. 당시의 인기와 맞물려 그 얘기는 어린이들이 `용필이 형`을 신성시하는 데 한몫했다. 자신의 노래에 본인의 목소리로 화음을 덧댄 녹음 기술인 `투트랙 리코딩`을 모르던 꼬마들에게는 그저 천상의 소리로만 들렸을 것이다.

퀸의 최고 명반 `A Night at The Opera`.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와 `보헤미안 랩소디`가 수록된 이 음반의 두 번째 트랙에는 1분 8초짜리 소품 같은 노래가 하나 있다. `Lazing On A Sunday Afternoon`이라는 제목의 이 곡은 마지막 기타 변조도 일품이지만, 압권은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다.

이 음반이 나올 당시인 1975년만 해도 디지털 믹싱 기술이 없던 때다. 모든 보컬의 스튜디오 녹음은 마이크에서 잡은 소리를 그대로 썼다. 퀸의 리코딩 엔지니어 마이크 스톤은 이렇게 하기 싫었다. 뭔가 기발하고 재미있는 사운드를 원한 그는 머큐리의 목소리가 나오는 헤드폰을 양철 양동이 속에 넣고 거기에서 튕겨나오는 소리를 기막히게 잡아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메가폰 이펙트 보이스`다.

최근 가수 싸이를 보며 일부 국내 언론이 `한국인 최초의 내년도 그래미 어워드감`이라고 추켜세운다. 오보다. 한국인 최초는 이미 있다. 지난 2월 제5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전기공학도 출신 리코딩 기술자 황병준이 클래식 부문 최고기술(Best Engineered Album)상을 탔다.

기술은 드러나지 않는다. 나대지도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알지 못하면 코흘리개처럼 괜한 오해를 한다. 팝 음악사를 바꾼 전설의 명반도 한 엔지니어의 창조적인 기술이 없었다면 탄생 자체가 불가능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위협이 괘씸하면서도 나로호 발사 취소와 자꾸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류경동 경제금융부 차장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