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 특종, 네티즌 수사대가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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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지난주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곤욕을 치렀다. 대선 TV 광고에 등장한 문 후보 집 의자가 고가라는 의혹이 인터넷에 번졌기 때문이다. 잠깐 스쳐 지나간 광고 속 의자 가격을 발견한 주인공은 유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이다. 의혹은 곧바로 인터넷에 퍼졌고, 유력 신문과 방송은 이를 기사화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네티즌은 각 캠프가 미처 예상하지 못 한 민감한 사안을 찾아내 이슈로 만들어낸다. 디씨인사이드와 다음 아고라, 루리웹, 클리앙, 오늘의유머, 일베, MLB파크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도 대선 관련 글이 쏟아진다. 캠프가 감추고 싶은 내용, 잊혀졌던 과거까지 들춰 합성과 유머를 가미해 자료를 만든다. 네티즌 집단지성의 정보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네티즌 수사대 출동

일베는 문 후보 대선 CF의 의자뿐 아니라 안경도 고가 외산 제품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문 후보 다운계약서도 표적이 됐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7월 청문회에서 “관행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김병화 대법관 후보의 다운계약서 의혹을 몰아붙이는 장면을 캡처해 퍼뜨린 것. 이들은 “당시 다운계약서는 관행”이라는 문 캠프의 해명을 청문회 당시와 비교하며 “응답하라 박영선”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유세장에서 손을 등 뒤로 숨기며 할머니의 악수를 피하는 사진도 네티즌이 `발굴`해 인터넷에 퍼날랐다. 박 후보 측은 `악수 차별` 논란을 해명하느라 쩔쩔맸다.

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위력을 발휘했던 인터넷 여론이 다시 한 번 대권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요소로 등장했다. 일찌감치 판세가 결정된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엔 후보 간 격차가 적고 단일화와 정권 교체, 과거사 등 불꽃 튀는 이슈가 많아 체감 열기가 더 뜨겁다.

◇커뮤니티 간 경쟁 가열

보수 및 진보 성향 커뮤니티 간 경쟁과 대립도 심해졌다. 진보 성향이 강한 대부분 커뮤니티가 보수 성향 일베를 `일베충`이라며 백안시하고, 일베는 다른 커뮤니티가 대변하는 진보 진영 논리를 비난한다.

상대 사이트 게시판에 들어가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예사. 포털 주요 기사 댓글과 `베플`을 점령하기 위한 싸움도 치열하다. 급기야 진보 성향 유머 사이트 `오늘의유머`가 악성코드 공격을 이유로 일베를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은 과거와 다르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일베 최근 월 방문자는 173만명을 돌파, 1월보다 106.5% 늘었다. 모바일에선 디씨인사이드에 이어 커뮤니티 부문 2위다. 다른 커뮤니티 방문자가 감소 추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랭키닷컴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커뮤니티의 유선 웹 방문자는 줄어드는 반면 페이지뷰는 늘어나는 추세”라며 “각 커뮤니티 내부에서 콘텐츠 소비가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