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인터넷 트래픽의 관리에 대한 이슈가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국제 회의의 주요 의제로 선정되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관으로 3일부터 14일까지 두바이에서 열리는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12)에선 `국제 인터넷 트래픽 관리`가 10여개 주요 의제 중 하나로 포함됐다. 망 관리에 대한 빗발치는 통신사들의 요구가 반영됐다.
그동안 인터넷 산업에 대한 국제 협의는 미국이 가장 많은 이사회 의석(16석중 4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아이칸·ICANN)에 의해 주도돼왔다. 전통적인 통신 산업만 관할하던 ITU가 처음으로 인터넷 영역까지 손을 뻗치면서 통신사·인터넷사업자 간 첨예한 대립을 낳고 있는 트래픽 문제에 대해 통신사의 입김이 반영된 국제 규정이 제정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망 관리 규정이 신설되면 국제법상 `조약(Treaty)`으로 적용돼 국내 통신사업자가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사업자에 대해서도 망 관리성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국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해외 기업에는 자국법을 적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역차별 논란을 해소할 수 있어 자국·해외 인터넷서비스 기업에 공히 망 관리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당장 이번 회의에서 망 관리에 대한 규정이 나오기는 어렵다. 김민표 방송통신위원회 서기관은 “기본적으로는 1국 1표의 의결권 구조를 가진 회의지만 각 분과의 컨센서스 없이는 표결이 어려운데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 산업의 관점에서 인터넷을 규정하는 논의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사업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다. 구글은 자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인터넷 개방성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각종 기념일에 맞춘 그래픽 하이퍼링크인 `두들` 외에는 일체 변화를 주지 않던 메인 화면에 서명운동 링크를 거는 파격적인 조치를 감행했다.
구글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을 원한다면 세계 각국 정부에 여러분의 의사를 전달해 달라”며 “ITU는 각국 정부만이 발언권이 있는 단체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안내한다. 표면적인 명분은 검열 반대와 인터넷 자유 수호지만 인터넷 트래픽 통제에 대한 반발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망 사용 대가를 통신사에 내게 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 트래픽 관리가 ITU에서 의제로 다뤄지는 것 자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여론의 반대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사용량 제한 등에 소극적인 대처밖에 할 수 없었던 통신사로선 새로운 분위기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각 국마다 차이가 있지만 현재로선 해외 사업자가 일으키는 트래픽 관리에 대한 명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선언적인 망 관리성 원칙만으로도 통신사가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