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KAIST(카이스트) 총장 인선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총장 후보 마감 결과 1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총장 인선 `초읽기`를 시작하면서 과연 누가 `카이스트호`를 이끌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르면 한 달 후 윤곽이 나오지만 벌써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까지 나왔다.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이는 반대로 카이스트를 둘러싼 위기감이 높아 그만큼 중대한 시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카이스트는 지난해 개교 40주년을 맞았다. 1971년 한국과학원으로 출발해 1981년 지금의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로 확대 개편했다. 40년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의 시기는 지난 10년이었다. 2004년 첫 외국인 로버트 러플린 박사를, 2006년 카이스트와 일면식도 없었던 서남표 박사를 13대 총장으로 영입했다. 그만큼 변해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높았다.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도 강했다.
성과도 있었다. 서 총장은 교수 정년에 변화를 주었고 성적에 따른 차등 등록금을 도입해 정체된 조직에 자극을 주었다. 전 과목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등 신선한 정책도 추진했다. 그 결과 세계적인 학술지에 연구 성과가 연이어 실리고 세계 대학 평가 순위도 상승했다. 서 총장은 `대학 혁신 전도사`라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카이스트 총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대학 구성원의 폭넓은 지지와 신임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일방적으로 혁신을 추진하면서 대학 구성원 대부분이 등을 돌렸고 14대 총장으로 연임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혁신 못지않게 혁신의 과정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었다.
차기 총장은 판을 새로 짜야 한다. 학교 운영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떨어진 카이스트의 자부심과 위상을 높이고 총장, 교수, 동문, 학생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봉합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구성원의 믿음과 지지를 얻는 게 카이스트를 이끄는 최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차기 총장의 첫째 리더십 조건으로 단연 `소통`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통을 위해서는 카이스트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사리사욕을 떠난 무한한 애정과 관심은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나마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카이스트 출신에게 맡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14명의 총장이 카이스트를 거쳐 갔다. 평균 재임 기간은 3년 정도다. 모두 외부 인사였고 정치적인 이해에 따라 임명된 게 사실이다. 역사는 비록 짧지만 카이스트도 액면 그대로 마흔 살이 넘었다. 카이스트 출신의 내로라하는 명망 있는 원로급 인재가 과학계와 산업계에 다수 포진했다. 사람은 충분하다. 시기도 나쁘지 않다. 이제는 카이스트 출신이 총장을 맡을 때가 됐다.
강병준 벤처과학부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