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500억원 이상 집행되는 발전소주변지역 주민지원사업비(발전지원금) 집행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발전소 반경 5㎞ 이내 주민들을 위한 사업에 쓰여야 하는 비용이지만 관광지 조성, 진입도로 공사, 하수처리시설 정비 등 지자체 운영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은 미미한 상황이다.
5일 국회와 발전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발전지원금 운영이 집행대상 및 사업을 명확히 하지 않고 의견수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지역주민 혜택의 당초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매년 수백 건의 민원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은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에 근거해 전력산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하고 개발을 촉진해 발전소의 원활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재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국민들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에서 일정비율을 조달한다. 중장기적인 국가 전려수급 안정화를 위해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혈세인 셈이다.
최근 몇 년간 발전지원금 집행현황을 보면 지역주민을 위한 기금보다는 지자체 운영비의 성격이 강하다.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에도 발전지원금을 집행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심지어는 기관장의 선심성 사업이나 공약사업에도 발전지원금이 활용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역 친목단체의 행사나 각종 체육행사, 영어마을 조성 및 체육관 건립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런 사업들의 경우 발전소 인근주민들이 발전지원금의 사용여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전지원금 기본지원 중 지역문화조성사업과 관련된 소득증대와 공공시설 부문에 지출이 쏠려있는 것도 문제다. 형식적으로는 소득증대와 공공시설로 구분돼있지만 사업내용은 관광단지 조성, 도로 및 항만시설, 문화센터 건립 등 지자체 인프라 확충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소득증대와 공공시설 부문에는 매년 600억원 가량이 집행되고 있지만 주민들이 혜택을 직접 체감하는 주민복지와 장기적 경제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기업유치에는 6억원가량만 집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드라마세트장 건립, 바다낚시터 조성, 지자체 관련 시설 리모델링 및 증축, 해수욕장 다이빙장 설치 등 발전소 지역주민과는 무관한 사업에 발전지원금을 사용하거나 기존 추진사업을 예고 없이 변경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사업수립에 있어 지역주민 의견수렴 과정도 빈약하다. 사업타당성을 심의하는 지역위원회 구성원이 자치단체장이 위촉하는 사람들로 대부분 구성돼 마을이장이나 개발위원들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의 의견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사업수립 과정에서 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지 않아 지역주민 전체의 여론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회 관계자는 “발전지원금이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다보니 실제 집행비용대비 지역주민들의 체감온도가 낮고 반발도 생겨나고 있다”며 “행사지원·차량지원·식대지원 등에 발전지원금을 사용하는 좋지 않은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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