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방통위원장 "현 거버넌스로는 ICT 세계 1등 할 수 없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은 5일 “정보통신기술(ICT)은 우리가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인데, 1등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지금의 제도”라고 말했다. ICT 산업 정책 기능을 방통위와 지식경제부·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 등 여러 부처로 쪼개 놓은 지금의 거버넌스 체계를 놓고 현직 장관이 강한 비판을 가한 것이다.

이계철 방통위원장 "현 거버넌스로는 ICT 세계 1등 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차 방송통신 정책고객 대표자 회의`에서 “비타민은 누구에게나 유용하고 꼭 필요하지만, 적절한 섭취를 위해선 총괄적인 지휘·감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ICT도 비타민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듯 모든 산업에 필요하지만 이를 적절히 진흥·규제하기 위한 총괄 부처는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는 비유다.

회의에 참가한 대부분 산·학계 인사들도 이 위원장의 발언과 유사한 비판을 했다. 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미래IT강국전국연합 수석대표)는 “`공유지의 비극` 이론처럼, ICT 거버넌스가 4곳으로 쪼개지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부분이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벤처업계를 대표해 참여한 이석우 카카오 대표도 “방통위가 주무부서가 돼서 필요할 때마다 갔으면 좋겠지만, 기능이 나눠져 있어 지경부·행안부 등 여러 곳을 상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하나의 단일 창구가 생기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터넷기업협회장 박주만 이베이코리아 대표는 “모바일 결제·저작권·셧다운제 등 중요한 정책 이슈를 모두 다른 부처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산업 육성에 대한 조직 기능 분산을 극복하고 ICT 산업을 총괄하는 부서에서 업계 입장을 잘 헤아려줬으면 한다”고 했다.

정부 업무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등 방통위가 연이어 좋은 평가를 받은 직후 열린 회의라 분위기가 대체로 화기애애했지만, `지난 5년간 방통위의 공과`를 의제로 다루면서 여러 가지 비판도 나왔다.

김상헌 NHN 대표는 “인터넷서비스·콘텐츠 산업은 국경이 없는 무한경쟁 분야로 잘 되면 역으로 우리 산업이 세계로 진출하기 쉽다”며 “지금까지의 방송·통신정책 중심에서 좀 더 확장해 인터넷도 하나의 큰 축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이석우 대표도 “(정책)무게중심이 방송 쪽으로 쏠려 `큰 형`만 챙겨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