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 예약가입자 알고보니…"속았다"

대리점 물량 확보위해…일부 통신사 부추겨

25만여명에 달하는 애플 `아이폰5` 예약가입자 수에 대리점 사장이나 직원, 지인 등 이른바 `허수`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통신사는 실제로 개통하지 않더라도 주위 지인을 동원해 예약가입하면 초기 아이폰5 물량 확보가 수월할 것이라며 일선 대리점에 조직적으로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통신사 대리점은 `아이폰5 예약가입은 주민번호당 2회선이 가능하니 협력점 사장님(직원/지인 포함) 명의로 실제 예약이 아닌 가예약을 참여해주시면 대리점 기기 확보가 조금 더 수월하다`는 내용의 통신사 메일을 받았다. 물량 확보를 빌미로 예약가입자 부풀리기를 독려한 셈이다.

실제로 계약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통신사 안내에 따라 상당수 대리점 관계자들이 예약가입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아이폰5 판매는 물량 확보가 관건이라 직원들까지 시켜 여러 회선 가계약을 해놓았다”고 말했다.

아이폰5 예약가입자는 2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KT가 20만여명, SK텔레콤이 5만여명을 신청받았다. KT는 온라인 예약가입을 중심으로 SK텔레콤은 5만명까지 온라인으로 예약가입을 받은 뒤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예약가입을 계속 진행 중이다. 초기 물량 확보를 위해 일선 대리점이 실구매자가 아닌 지인을 예약가입자 수에 포함시키면서 허수는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SK텔레콤과 KT 간 예약가입을 놓고 허수 신경전도 벌어졌다. 서로 허수가 더 적다고 주장한다. KT 관계자는 “대리점에 예약가입 과정을 맡겨버리면 기기 확보에 목마른 대리점 입장에서 허수 가입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SK텔레콤 관계자는 “고객들이 직접 대리점을 찾아가 기입을 하고 예약가입을 하는 방식은 허수가 적으며, 문자만으로도 예약가입이 가능한 경쟁사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수 가입자가 많을수록 실제 가입자가 단말기를 늦게 수령하는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5가 본격 시판되면 어떤 통신사가 더 많은 허수로 예약가입자를 부풀렸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