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2010년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만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경영지원 업무에 주력해 온 이 부회장은 이제 최고 경영진의 입장에서 사업 전반을 챙기게 됐다. 이번 사장단 인사는 이재용 시대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 부회장을 보좌해 온 인사들이 승진 대상에 포함되면서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선 정국인 데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부는 가운데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로 비쳐질 수 있다는 시각 때문에 이 부회장의 승진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승진명분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 사장단 인사는 경영공과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이 적용됐다. 변화와 미래 성장을 이끌어 나갈 혁신적인 인물을 중용했고 경험과 참신성의 조화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이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있다. 지나친 성과주의 인사원칙은 자칫 `제 2의 소니`의 몰락을 자초할 수 있다.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영입한 전문경영인이 눈앞의 실적 챙기기에 급급해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비단 삼성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휴대폰 없이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휴대폰 시장이 위축되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던 삼성전자도 한 순간에 소니나 파나소닉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해야 할 일은 휴대폰 이후의 먹을거리를 발굴하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휴대폰의 새 장르를 열었듯이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 삼성전자를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