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30>추상(抽象)과 일상(日常):`추상`과 `일상`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상상력`이다!

추상명사가 보통명사로 느껴지려면 절절한 체험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사랑, 존경, 겸손, 봉사 등과 같은 추상명사와 관련되는 체험적 느낌이 없는 사람과 실제로 체험해본 사람은 천지 차이다. 추상명사가 보통명사로 또는 추상이 구체적인 일상으로 다가오게 하려면 추상명사와 보통명사, 추상과 일상 사이에 체험이라는 고통이 매개되어야 한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모든 추상명사는 본래 우리의 일상적 삶과 더불어 생겨나고 그 안에서 숨 쉬며 동반 성장해온 삶의 과정이자 반영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추상명사는 더 이상 우리들의 일상적 삶을 반영하는 보통 명사적 성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랑은 거창한 추상적 슬로건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일상적 삶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 힘겨워하는 임산부의 짐을 들어주는 게 사랑이다. 삶의 무게를 못 이겨 등이 굽고 허리가 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실천이 존경이다. 실패를 통해 겸허한 삶의 진리를 깨닫는 과정이 겸손이다. 작은 정성이나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에게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게 봉사다.

모든 추상명사가 평범한 사람의 삶과 더불어 숨을 쉬고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허한 슬로건, 빈틈없는 논리, 관념적 포장이 아니라 작은 실천을 진지하게 반복하는 것이다. 실천하지 않고 생각만 반복하면 고민이 또 다른 고민의 꼬리를 물고 끊이지 않는다. 일상에서 점점 멀어지면 추상화, 관념화한다. 일상적 체험의 구체성이 실종되고 특정한 상황적 맥락성이 거세된다. 그런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 나와 무관한 일방적인 경험담으로 들린다.

추상이 일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방법은 상상이다. 상상력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상적 아픔에 공감하는 감수성에서 출발한다. 상상이 일상에 근거를 두어야 비상(飛上)할 수 있다. 비상한 관심으로 일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 담겨진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과정이 상상력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추상명사로 상징되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직접 몸으로 체험한 느낌이 풍부한 사람이다. 상상력은 구체적인 체험이나 평범한 일상의 다양한 경험을 근간으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