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귀`는 인터넷 국어사전을 빌리자면 `귀가 팔랑팔랑거릴 정도로 얇아 남의 말에 잘 넘어간다`는 뜻이다. 반대말은 `말뚝귀`다. `귀에 말뚝을 박은 것처럼 남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두 가지 다 썩 좋은 뜻은 아니다. 팔랑귀는 주관 없는 사람, 말뚝귀는 제 고집만 부리는 사람에게 쓰인다. 굳이 좋게 포장하자면 한쪽은 `경청`, 다른 한쪽은 `뚜렷한 주관`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기자라는 직업은 왼쪽엔 팔랑귀, 오른쪽엔 말뚝귀를 달아야 한다. 기사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얘기를 전하는 것이라 무조건 다른 사람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엇갈리는 이해관계 속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자기 주관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쉽다면 팔랑귀니 말뚝귀니 하는 말이 생겨나지도 않았을 터다.
지난 2년 사이 방송통신위원회, 휴대폰 업체, 지식경제부로 출입처를 바꿨다. 취재원을 만나면 늘 듣는 얘기가 정부 정보통신기술(ICT) 조직 개편이다.
방통위가 자리 잡은 광화문 근처에서는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를 통합 관장하는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늘상 들었다. 맞는 얘기다.
휴대폰 업계 목소리는 다르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부처 모양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섣부른 규제나 엉뚱한 진흥정책으로 훼방만 놓지 않으면 다행이란다. 어떤 마음인지 이해된다. 지경부가 있는 과천에서는 융합 시대에 ICT만 따로 모아놓는 게 말이 되냐고 한다. 그럴싸한 반론이다.
매번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팔랑귀가 되고 아예 무시하자니 말뚝귀가 될까 걱정이다. 고민이 쌓여갈 즈음 누군가 말한다.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공무원이 일을 잘할 조직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듣고 보니 이것도 맞는 말이다. 아무래도 말뚝귀를 좀 더 키워야겠다.
이호준 성장산업부 차장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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