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큰 눈이 내린 후 기온이 급락하면서 겨울철 전력피크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6일에는 서울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갔고 전력피크 시간인 오전 10∼11시에 최대전력이 7390만㎾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보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예비전력은 288만㎾로 떨어져 전력수급 경보상 `주의` 경보가 발령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전력 당국이 이날 오전 수요관리(150만㎾)와 민간 자가발전기 사용(50만㎾), 배전용 변압기 탭 조정(50만㎾) 등 비상조치를 취해 250만㎾의 전력을 확보, 전력피크를 무사히 넘겼다. 겉으로 보기에 예비전력은 450만㎾대를 유지해 평화로워 보였지만 비상조치가 없었다면 예비전력이 200만㎾ 이하로 내려갔다. 200만㎾ 상태에서 원자력발전소 1기만 멈춰 서면 바로 제한송전에 들어가야 한다.
극심한 추위도 아닌데 벌써부터 비상조치로 위기를 모면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부품 교체를 위해 멈춰 있는 영광원전 5, 6호기와 수명연장 심사를 받고 있는 고리 1호기, 고장으로 정지한 울진 4호기, 예방정비 중인 울진 6호기가 정상가동할 때까지는 이런 상황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6일 150만㎾(5시간)의 수요관리에 들어간 비용만도 70억원에 육박한다. 이번 주말까지는 기온이 영하 10도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전력 당국은 돌아오는 월요일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에도 동계 절전규제 관련 업계 간담회를 열어 전력소비를 줄일 것을 독려했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묻지마식 절약보다는 현명한 절약을 해야 할 때다. 여름철과 달리 겨울철 전력피크는 오전 10∼11시다. 회사원이 출근하기 시작하는 8시 30분부터 전력사용량이 올라가기 시작해 10∼11시를 피크로 사용량이 내려간다. 하루 종일 추위에 떨며 에너지절약을 하기보다는 아침 9∼12시에 집중적으로 절전하면 매일 수십억원씩 들어가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오전에 절전하고 저녁에는 집에서 가족과 따뜻하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