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술력과 프리미엄 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전자업체들이 유럽과 미국시장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전 교체수요를 통해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전자업체들이 맥없이 주저앉아 가전산업이 사양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대조적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6일 `2013 한국경제대예측` 한국어판 단행본을 국내에 출간하고 “내년은 한국 가전 산업이 새롭게 성장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NRI는 그 이유를 스마트, 에너지 절전, 프리미엄 디자인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교체 수요에서 찾았다. 단순한 기능에 머물렀던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등 백색가전이 원격제어·음성인식 등 지능형 기능이 결합되고 에너지 절감형 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또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디자인을 선호하는 유럽과 미국의 중산층 소비 성향이 겹치면서 교체수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이 같은 신호는 연평균 2%에 머물렀던 글로벌 백색가전 시장이 2010년부터 조금씩 성장세가 회복됐고, 내년부터 연평균 3.4%로 늘어나 2015년에는 3억9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NRI는 그 과정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주목했다. 이미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IFA)에서 스마트 가전을 선보이면서 전쟁을 선포한 이들이 평균가격의 두 배 이상 되는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교체 수요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냉장고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월풀을 따돌리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NRI는 위협 요인도 함께 점검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가전기업이다. 하이얼이 일본 산요의 가전 부문을 인수해 일본 시장에 진출했을 뿐 아니라 특허와 개발 인력까지 흡수해 프리미엄 제품 개발 능력까지 확보한 사례를 들었다. 중국 기업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외 경쟁사를 인수하는 추세가 변수다.
NRI는 “디자인과 기술경영 등의 내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중국업체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한 외적 성장에도 함께 힘을 써야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