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공유 정책의 비극과 정부조직 개편

[월요논단]공유 정책의 비극과 정부조직 개편

`공유재의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은 그 대상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비극`을 지칭한다.

공해상의 물고기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철새는 우리 모두의 자산이지만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결국 멸종하고 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행정에 이 현상을 적용하면 `공유 정책의 비극`이라는 개념을 도출할 수 있다. 공유 정책의 비극은 모든 부처에 공통되는 정책을 부처들이 서로 미루다가 아무도 다루지 않아서 정책이 실패하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정보화 정책은 그것의 수단적 측면 때문에 모든 부처가 정보기술(IT)을 행정에 융합해 부문별로 성과를 내고 있다.

제조업에 IT를 융합해 제조업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수출에도 많이 기여하고 있다. 정부 행정과 IT가 융합한 전자정부는 유엔 등의 평가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문화에 IT를 결합해 K팝 열풍과 한류를 견인하고 있다.

이렇듯 외견상 잘나가는 정보화 정책에도 공유 정책의 비극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 스마트폰 등장으로 시급해진 콘텐츠 진흥 정책, 빅데이터와 슈퍼컴퓨터 이용 활성화 정책 등이 전형적인 공유 정책에 해당된다.

또 공공데이터 공개와 공유를 위한 노력도 이 부류의 정책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개발, 인재 양성, 법·제도 정비 등도 공유 정책이다.

공유 정책의 비극을 피하는 방법은 이를 전담하는 전담조직을 만드는 일이다. 현재 부문별로 성과를 내고 있는 정보화의 결실은 사실 오랫동안 우리가 노력해 축적해온 공유 정책이라는 자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축적의 중심에는 전담기구가 있었다.

최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빅데이터 활용을 내용으로 하는 스마트 국가 구현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인프라 구축, 기술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법·제도 정비 등이 들어 있다. 이들 모두가 전형적인 공유 정책이다.

공유 정책은 강력한 리더십이 성공의 조건이다. 전담조직이 있어야 하고 이 조직은 권한과 책임 그리고 예산권을 가져야 한다.

정보화는 과거의 영광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이며 미래형 정책이다. IT 일자리 한 개가 일자리 다섯 개를 창출해 제조업 1.6개보다 우월하다는 기사에서 보듯 제대로 된 정보화 정책은 미래 성장동력이다.

정보화의 공유 정책을 전담기구가 제대로 수립하고 집행할 때 현재의 부문별 정보화도 더 큰 힘을 받게 될 것이다.

1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정책은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급속한 기술 발전과 급변하는 이용자의 취향에 맞추지 못하면 우리는 심각한 위기적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소니·코닥·노키아의 몰락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성공의 실패`를 경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현재의 부문별 성과에 도취돼 공유 정책을 소홀히 하면 큰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정보화 전담기구는 예전 전담기구와 성격과 역할, 임무 등 모든 면에서 달라야 한다. 새 전담기구는 소프트웨어 중심, 데이터 중심, 콘텐츠 중심의 공유 정책을 담당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부처여야 한다. 이럴 때 현재의 부처별 부문별 정보화도 더 활발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선이 불과 몇 주 안으로 다가왔다. 새로 발족할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는 공유 정책의 비극이 사라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3050 클럽`으로 진입하는 첩경임을 명심하자.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ahnms@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