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31>우상과 울상:우상도 한때는 울상이었다

가도 가도 막막한 사막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는 방향을 점검하고 그냥 계속 가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오도 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서는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이리저리 시도해 보고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이곳저곳 두드리다 보면 여기저기서 번뜩이는 영감이 날아든다.

위대한 업적이나 성취를 이룬 사람도 처음부터 세상을 놀라게 할 아이디어를 손아귀에 쥐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들도 한때는 빈약한 아이디어, 잦은 실패, 세상의 조롱과 비난, 주변의 심각한 반대와 저항을 못 이겨 울상이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즉 우상도 처음에는 울상이었다. 우상이 만들어낸 기적(奇跡)은 흔히 견디기 어려운 고요한 정적(靜寂) 속에서 세 가지가 축적되어 나타난다.

첫째, 절치부심(切齒腐心)의 흔적(痕迹)이다. 절치부심은 본래 너무도 분하여 이를 갈고 속을 썩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만큼 깊은 정신적 충격을 받은 트라우마를 자신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재탄생시킨 코코 샤넬처럼 과거의 아픈 흔적과 얼룩을 오늘과 내일의 아름다운 무늬로 재탄생시키는 외로운 투쟁과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비로소 기적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둘째, 시행착오(試行錯誤)의 족적(足跡)이다. 기적의 뒤안길은 수많은 실패의 족적으로 얼룩져 있다. 하지만 기적을 일으킨 사람은 수많은 실패로부터 누구도 가지지 못한 색다른 실력을 쌓을 디딤돌을 만들어낸다.

셋째, 우여곡절(迂餘曲折)의 궤적(軌跡)이다. 기적의 결과는 단순하지만 기적의 과정은 여러 가지로 뒤얽힌 복잡한 사정이나 변화가 불연속적으로 계속되는 과정이다. 길을 가다보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뒤늦게 알 수도 있다. 다시 오르는 데 많은 힘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세 가지가 누적(累積)되어 어떤 무적(無敵) 함대에 직면해도 굴하지 않고 대적(對敵)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을 때 기적은 파란을 일으키며 혜성처럼 등장한다. 울상이던 파란만장한 체험의 얼룩이 우상의 아름다운 무늬로 돌변해서 세상에 나오는 순간, 신화 창조의 기적이 시작된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