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위기 '일본 가전' 솟아날 구멍은 여기?…이미용 기기·친환경 제품 속속 선보여

일본 전자업계, 가전 틈새시장서 활로 모색

최악의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전자업계가 가전 틈새시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평판TV 시장을 놓고 벌인 한·일 간 전쟁에서 패하면서 그나마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안방 가전시장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는 셈이다.

샤프의 로봇청소기
샤프의 로봇청소기

7일 니혼게이자이비즈니스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최근 파나소닉, 도시바 등은 기존 핵심 사업을 과감히 축소하는 대신 이익률이 높은 이미용·헬스기기 사업부를 강화했다. 타이거, 히타치 등도 20여년 만에 틈새시장 사업부를 신설했다.

파나소닉은 아이디어 상품으로 리튬이온 전지로 가동되는 눈가 진동 맛사지기를 내놓았다. 3년 전부터 개발에 착수해 지난 9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이 제품은 11월말 기준으로 약 8만대를 판매, 예상보다 2.5배나 많은 실적을 거뒀다.

도시바는 최근 `뷰티&라이프` 사업부를 발족해 미용 관련 가전 제품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PC 전원을 이용하는 이온발생기 등을 내놓고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샤프는 전사적으로 유능한 개발인력을 모아 신개념 로봇청소기를 내놨다. 지난 6월 사내 긴급 프로젝트로 지정했는데 올해 70억엔 매출 목표를 달성한 후 해당 조직을 승격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빵을 굽는 소형 가전기기 시장이 최근 다시 살아나면서 전기밥솥으로 유명한 타이거는 20여년 만에 홈베이킹 기계 부서를 신설했다. 히타치 역시 15여년 만에 제빵기기를 내놨다. 타이거와 히타치 등은 최근 일본 불황이 지속되면서 2012년 회계연도 연간매출이 각각 21.9% 11.3%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전체 시장규모는 작지만 제품 기획력이나 차별화된 디자인 등을 가미하면 승부수를 띄워볼 만하다는 게 일본 전자업체들의 판단이다. TV나 냉장고처럼 브랜드 인지도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비즈니스는 “경영난에 직면한 이들 업체가 목표의식을 뚜렷하게 갖고 있다”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기술력을 갖춰야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