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후변화협상 미루기만 할 것인가

파국을 면한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다. 지난 8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막을 내린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18) 이야기다.

18차 총회에서 195개 당사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유일하게 법적 강제력을 지닌 교토의정서를 오는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러시아·캐나다 등 선진국이 내년부터 시작하는 2차 공약기간에 감축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돼 의무감축국이 아니고 미국도 1차 공약기간 중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아 제외된 상태다. 감축의무를 지는 나라는 유럽연합(EU)·호주·스위스·우크라이나 등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가 내뿜는 온실가스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15%에 불과하다. 교토의정서는 사실상 실효성 없는 상징적인 체제로 전락했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에 이어 일본·러시아·캐나다 등 선진국이 교토의정서에 등을 돌린 것이다. 개도국은 선진국이 제시한 감축목표가 온난화를 늦추는 데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선진국은 하나 둘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결국 이번 총회에서는 교토의정서를 연장하기로 했지만 상당수 선진국이 떠났고 의무감축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를 줄이기로 했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권고량인 25~40%에 턱없이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한 선진국의 재정지원 문제도 막판가지 평행선을 달렸다. 선진국은 2010년 칸쿤 총회에서 지원금을 2020년부터 한해에 1000억달러를 모으기로 약속했지만 지원금을 얼마씩 분담하고 어떻게 조달할지는 논의를 미뤄왔다. 이번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가 공식으로 인준됐지만 재정지원과 관련한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나 기금 조달의 난항을 예고했다.

내년부터 신기후체제 논의가 본격화한다지만 의무감축을 서로 미루는 상황에서 얼마나 진척을 이룰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