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유세가 막바지에 돌입하면서 각 후보는 더 구체적인 공약으로 민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아무래도 유권자 시선은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정책에 쏠린다. 박·문 두 후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연령과 계층을 고려한 맞춤형 공약을 내놓는다.
공약만 보면 5년 안에 우리나라의 케케묵은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 정치는 기득권을 버리고 경제는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며 사회에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른다. 언뜻 보면 그럴싸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허상이 보인다. 바로 재원 때문이다.
재원 없는 공약은 무의미하다. 특히 복지 분야는 재원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없는데 무슨 재주로 복지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공약(空約)으로 보이는 공약(公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반값 등록금이다.
박근혜 후보는 소득 하위 20% 가정 대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고 80%까지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75%, 50%, 25% 감면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상 복지의 비효율성을 지적해온 박 후보는 선택적 복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재원은 더 늘어났다. 문 후보 반값 등록금 공약의 재원이 연간 5조6600억원인데 박 후보는 7조원이 필요하다. 더욱이 7조원 중 3조원을 대학이 부담하는 방안은 비현실성을 부채질한다.
문 후보의 반값 등록금 공약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내년에 국공립대부터 반값 등록금을 도입하고 2014년부터 사립대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장 5000억원 정도가 들지만 1년 만에 10배가 늘어난다. 문 후보 측이 대안으로 증세를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증세는 화수분이 아니다. 반값 등록금 외에 증세로 충당할 보편적 복지 예산은 천문학적이다.
대선 후보의 공약만큼이나 재원 마련 문제로 난항을 겪는 일이 게임 업계에도 있다. 게임 심의 문제다. 국회는 게임물등급위원회 예산을 전액 삭감한 후 모든 심의를 민간에 넘기라는 법을 발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정치권이 연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게임 신작 출시가 끊기는 파행이 불가피하다.
민간심의기구로 물망에 오르는 곳은 운영 자금 마련으로 고초를 겪는다. 문화부는 민간 심의 수수료를 올리지 말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국고 보조를 받던 게임위도 아닌데 민간심의기구가 현행 수수료 수준으로 운영이 가능할 리 없다. 문화부는 게임 업계가 십시일반해 초기 운영 자금을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100% 민간 자율 심의도 아닌데 돈을 낼 턱이 없다. 문화부와 게임 업계 사이가 급속히 냉각됐다.
게임위가 존속하든 민간심의기구에 위탁하든 이미 국고 보조는 물 건너갔다. 다른 예산을 돌려 게임위에 줘도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지금으로서는 수수료 현실화가 가장 합리적 방안이다. 더 지혜로운 대안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무작정 기다릴 시간이 없다. 대선 공약도 게임 심의도 결국 문제는 재원이다.
장동준 콘텐츠산업부장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