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코앞이다. 대통령 선거 얘기다. 5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대선이지만 편 가르기는 여전하다. 보수와 진보, 기성세대와 신세대, 이념과 세대 간 갈등이 도를 넘었다. 빈부의 양극화와 지역 간, 계층 간 갈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역 갈등은 선거 때 더욱 심해진다.
대선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다를 바 없다. 노골적이거나 은근한 편 가르기 식 구도는 단골 메뉴다. 더 은밀하고 더 전략적이다. 기득권을 사수하거나 기득권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얘기는 말의 성찬일 뿐이다.
무엇보다 첨단 지식정보시대에도 여전히 지역은 선거판의 기본 구도다.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역이나 보수·혁신, 계층적 대결 구도가 이상하리만큼 강하다. 특히 고질적인 지역색은 경상·전라·충청·강원은 물론이고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속도의 시대, 정보화 시대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도(道) 중심의 행정체계를 아예 폐지하고 도시 단위로 개편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행정학자들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도 단위 행정구역의 기원은 고려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지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고자 했던 행정 편의주의다. 도시와 도시를 묶어 권역별 경계를 만든 것이다. 이를테면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를 묶고,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를 묶는 식이다.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를 묶었다. 교통과 통신에 제약이 많았던 시대의 상황론이 반영됐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교통과 통신 수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세계가 하나로 묶이고 있다. 서울과 뉴욕, 혹은 런던과 서울이 비행시간만으로 보면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 시대다. 전라·경상도에서 서울에 가려면 사나흘이 걸리던 시절은 옛이야기다.
조선처럼 도시와 도시를 묶어 관찰사를 파견, 통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시국가처럼 아니면 광역도시처럼 행정단위를 도시 단위로만 묶어 나라 전체를 관리해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경상도나 전라도가 필요 없고 단지 경주, 상주, 전주, 나주시만 있으면 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보다 큰 캘리포니아주는 오히려 행정 계층을 단순화함으로써 행정의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단일 행정구역화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야 편 가르기 식 망국적 지역구도가 없어진다. 철학으로, 정책으로 미래를 향해 노를 저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지역별 언어와 관습, 정서,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를 중심으로 한 애향심과 결속력은 더욱 커진다.
한때 남부, 중부, 북부지역 등 위도별로 도 편제를 바꾸자는 얘기도 있었다. 동서로 나뉜 지역구도를 타파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남부와 중부, 북부로 편제만 바뀔 뿐 도시와 지역이 다른 형태로 묶여 또 다른 지역구도가 만들어진다. 역시 유일한 해법은 도시 단위 행정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전제가 있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행정 부처와 국회, 자치단체장,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행정 부처의 세종시 이전만 놓고 보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유사 이래 쉬운 작업은 없었다. 개인의 일도 그렇고 나라의 일도 마찬가지다. 쉽지 않다고 그저 손을 놓고 있으면 일은 더욱 꼬이게 된다.
환부는 도려내야 맞다. 지역감정이라는 미래 세대에게 독이 될 환부는 일찌감치 치료해야 한다. 뜻 있는 학자들의 연구와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일단, 논의는 시작하는 게 맞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