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노키아 심장부인 핀란드 헬싱키에 스마트폰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다. 노키아를 나온 우수 인력을 흡수해 개발 능력을 기르고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애플과 한판 승부를 벌여보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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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11일 노키아 본사가 위치한 핀란드 헬싱키에 스마트폰 소프트웨어(SW)개발센터를 설립, 앞으로 5년간 7000만유로(약 976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이 센터에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용 SW, 윈도폰 OS, 안드로이드 기반 디바이스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30명으로 시작해 100여명까지 개발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케네스 프레드릭센 화웨이 부사장은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환경을 갖춘 핀란드는 화웨이 글로벌 R&D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핀란드를 포함,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에 가동 중인 R&D센터 인력을 현 7000명 수준에서 3~5년 내 갑절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9월에는 영국 제조공장과 개발센터에 5년간 약 20억달러(약 2조1550억원)를 투자하고 R&D 인력을 두 배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핀란드 센터는 영국의 뒤를 이어 화웨이의 두 번째 글로벌 R&D 기지가 된다.
화웨이는 국가안보 문제로 미국·호주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럽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노키아 아성이 무너지면서 글로벌기업들의 각축전이 벌어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영향력 제고가 급선무다. 유럽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45%, 16% 점유율(수량 기준)로 선두를 달린다. 이 투자를 계기로 화웨이는 중국 내수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미약한 유럽 등 해외 사업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마그너스 렐 그리니치컨설팅 컨설턴트는 “노키아가 해고한 약 1만명 인력이 화웨이의 영입 대상이 될 것”이라며 “잘 훈련된 인력들이 저가 안드로이드폰 등 화웨이의 신제품 개발을 도울 것”으로 기대했다. 노키아 헬싱키 R&D센터는 5년 전 인력이 2만4700명에 달했으나 최근 1만87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기업용 시스템, 스마트폰 개발을 위해 중국 선전 R&D센터를 포함해 세계에 7만명의 기술 인력을 보유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