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국내 통신사에 앱 판매 수익금을?

플랫폼 종속 폐해 현실화…매출도 줄 듯

구글이 우리나라 통신사업자에 지급해온 애플리케이션(앱) 판매 수익금 비율을 줄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구글과의 협상에서 판매 수익금 배분 비율이 줄어들면 통신사 매출 급감이 불가피하다. 구글 플랫폼에 사실상 종속된 국내 통신사가 구글 정책을 거스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 종속에 따른 위험이 현실화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앱 마켓 `구글 플레이`를 통한 앱 판매·앱 내 결제(In App Purchase) 금액 중 구글 몫인 30% 중에서 통신사에 제공하는 비율을 줄이겠다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에 통보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구글이 플레이 앱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 중 일정 부분을 플랫폼과 망의 연동, 고객 관계 업무 운영비 등 명목으로 통신사에 지급했는데, 이 비율을 줄이기 위한 협상을 최근 실무자 중심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다.

구글이 통신사에 제공하는 금액 규모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구글은 통신사들도 서로 알 수 없도록 계약을 진행한다. 통신사로선 시장 현황 정보 없이 협상을 진행한다. 다만 기존에는 상당한 비율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모바일 업계 소식통은 “일부 통신사는 구글이 받은 30% 중 3분의 2 이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비율 조정은 통신사와 구글 간 협상을 따르지만 칼자루는 사실상 구글이 쥐었다. 지난 3분기 기준 스마트폰 시장 70%에 이르는 안드로이드의 막강한 모바일 플랫폼 지배력 때문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 플레이로 발생한 수익 중 통신사에 제공하는 금액의 비율을 공개할 수 없다”며 “비율 조정 내용도 당사자끼리의 계약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휴대폰 결제대행업체(PG사)들도 구글의 플랫폼 수익성 확대에 비상이 걸렸다. 한 PG사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콘텐츠 등 가상상품에 대해 방침을 밝혔던 앱 내 판매 시 구글 결제 툴 사용 의무화를 실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9월부터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안드로이드 앱 개발사에 `구글 자체 결제 수단을 쓰지 않으면 구글 앱 장터에서 퇴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실물 제품까지 구글 결제 수단을 의무화하면 모바일 시장에서 국내 PG 업계가 설 땅은 사실상 사라진다.

구글이 그간 염가로 제공해온 플랫폼 서비스에서 수익을 확대하면서 휴대폰업체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대폰 제조사 한 관계자는 “구글이 아직 운용체계(OS)나 플랫폼과 관련해 제조사에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는 없으나 구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내부적으로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멀티플랫폼 소싱 전략을 다각도로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