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토로라 철수 남의 일 아니다

[기자수첩]모토로라 철수 남의 일 아니다

지금 휴대폰 시장은 온통 아이폰5에 집중됐다. 마치 갤럭시와 아이폰 외에 다른 스마트폰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관심이 온통 삼성전자와 애플에 쏠린 사이 모토로라모빌리티는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었다.

198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모토로라모빌리티가 한국 시장을 떠난다. 지난여름 HTC코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신제품을 한 종도 출시하지 못한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 소니모바일에서도 이런 소식이 날아들지 모른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70%, LG전자와 팬택이 각각 14%씩 점유했다. 나머지 2%를 외산 업체들이 나눠 가졌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기업도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

모토로라코리아 해체는 단순한 외국 휴대폰 기업 철수로 보기에 여파가 너무 크다. 모토로라코리아는 먼저 철수한 HTC코리아 등과 달리 디자인센터와 연구개발(R&D) 조직이 있는 전략적인 지사였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과 함께 국내 휴대폰 R&D 인력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였다.

한국이 정보기술(IT) 테스트베드 기능을 상실한 것도 그대로 반영한다. 외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 1%밖에 안 되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어느 곳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장에서 제품을 시험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야후코리아에 이어 모토로라까지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모두 사라지면 국내 소비자는 다양한 제품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시장 다양성도 사라진다. 이제 고객은 스스로 해외에서 나온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애프터서비스(AS)도 제대로 못 받으며 어렵게 해외 배송을 의뢰해야 한다.

이 여파가 국내 기업에 미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삼성전자와 애플에 편향된 기형적인 휴대폰 시장 구조는 국내 제조사 존립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아 있는 국내 기업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전자도 안심할 수 없다. 스타택과 레이저 신화를 만들었던 모토로라도,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한 핀란드 국민 기업 노키아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스마트폰 시장은 `졸면 죽는다`는 말을 바로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 모바일 개발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건전한 시장을 만들 때 경쟁력은 지속될 것이다.

김인순 통신방송산업부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