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애플리케이션(앱) 판매 수익금 배분 비율 조정에 나선 것은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플랫폼 대중화를 위해 일종의 판촉활동을 벌였다면 이젠 본격적인 수익 창출 전략으로 돌아선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그간 구글이 앱 장터 `구글 플레이`에서 판매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앱 내 결제로 벌어들인 수익금 중 일부를 통신사에 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통신사로선 `구글 덕에 가만히 앉아서 돈 번다` 할 정도로 구글 플레이는 괜찮은 수익을 안겨줬다.
후발주자였던 구글 플레이는 이 같은 당근책을 기반으로 통신사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수익 배분 조정 통보에 통신사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 됐다. 마땅한 대항마도 없는 실정이다. 통신사 수익 배분 조정을 시작으로 구글이 휴대폰결제(PG)나 단말업체에도 수익을 앞세운 정책 변화를 속속 실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믿는 구글에 발등 찍혔다
구글이 그간 통신사에 수익 배분금을 넉넉하게 챙겨 준 것은 선발주자인 애플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후발 주자인 구글은 단말기 제조사나 통신사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료 안드로이드OS와 앱 유통 수익 공유는 이를 위한 당근이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유통 패권을 가져오기 위해 애플처럼 까다로운 조항을 구글 플레이에 적용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달라졌다. 구글은 앱 개발사·PG업계에 이어 통신사에도 그동안 뿌려왔던 `판촉자금`을 줄여나가고자 한다. PG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구글 플레이 앱에서 다른 결제 툴을 사용해도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콘텐츠뿐만 아니라 실물 상품까지 자사 결제 툴을 적용할 방침”이라며 “이렇게 되면 모바일 쇼핑 분야는 일부 모바일 웹 시장을 제외하고 진입조차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협상 중이라 입장을 밝히긴 곤란하다”면서도 “구글이 강력한 힘을 가진 상대라는 건 확실하다”고 에둘러 우려를 표했다.
구글이 스마트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50% 이상 차지한 지난해부터 수익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짐작은 충분히 가능했다. 구글은 지난 3분기 구글 플레이에 등록한 앱에 대해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다가 디지털 콘텐츠 앱 내 판매 자사 결제 의무화 방침을 정했다. 본격적인 자사 수익성 중심 체제로 개편하는 작업이 이때 시작된 셈이다. `플랫폼 종속`에 따른 우려가 하나둘 현실로 나타났다.
◇2013년에도 `구글 천하`…대항마가 없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안드로이드OS의 지난 3분기 모바일 플랫폼 시장 점유율은 72.4%에 이르러, 스마트폰 10대 중 7대 이상이 안드로이드를 쓰는 것으로 분석했다. 작년 같은 기간 점유율 52.5%에 비해 큰 폭의 성장세다. 우리나라는 10대 중 9대가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내년에도 패권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2013년에도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iOS가 20%, 나머지 군소 플랫폼이 10%로 뒤를 잇는다. 사실상 대항마가 없는 강력한 독주 체제다. `애플 쇼크` 이후 들끓었다가 삼성전자의 강세로 수그러든 독자 모바일 플랫폼 확보 목소리가 다시 커질 전망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