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시계 바늘을 60년 뒤로 돌렸다. 영화 `호빗:뜻밖의 여정` 이야기다. 흥행작의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사상 최대인 5억달러(약 5400억원)를 쏟아부었다. 난쟁이들이 거대한 스펙터클을 펼친다. 미워할 수 없는 골룸도 다시 등장한다.
무엇보다 HFR(High Frame Rate·초당 이미지 수 48프레임) 3D로 촬영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영화 역사상 최초다. 무성영화 시절에는 초당 16프레임이었다. 카메라를 손잡이로 돌리면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1927년 첫 유성영화 `재즈싱어`를 만들면서 사운드를 기록하기 위해 24프레임으로 바꿨다.
사람이 깜빡임을 인식할 수 있는 최소 헤르츠는 45㎐ 이하라고 한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관객은 끊기는 현상을 금방 눈치 챈다. 영사기는 프레임당 두 번의 빛을 쏜다. 따라서 영화의 헤르츠는 24 곱하기 2인 48㎐다. 24프레임을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영상을 표현하면서 필름을 최소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무성영화 화면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24프레임은 85년간 표준이 되었다.
피터 잭슨 덕분에 표준이 바뀔 참이다. 48프레임 3D 영화는 화질이 우수하고 눈의 피로도가 낮다. 바로 앞에서 진짜 사건이 일어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아바타2`를 준비 중인 제임스 캐머런은 한술 더 떠 60프레임 기술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임 수를 늘리는 데 비용이나 기술 부담이 사라졌다. 다 디지털 시네마기에 가능한 일이다.
초당 48프레임, 60프레임 기술들이 가져올 영화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아바타`가 불러온 3D 영상 혁명이 제대로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피터 잭슨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호빗` 시리즈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호빗으로 극장을 찾아야 할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고 자신했다. 관객 반응만이 남았다. 프레임이 바뀐다. 필름영화 시대의 종언일까.
김인기 편집1부장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