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125>ㄴㄴ해

부정이나 거부, 금지와 반대의 의사를 나타내는 말. 영어 단어 `no, no`를 한글로 적은 `노노`에서 자음만 남기고 `하다`라는 뜻의 `해`를 붙인 단어다. 특정 사람이나 집단 자체나 그들의 행위 및 행태, 생각과 의견 등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건 쉽고 가볍게 부정과 거부의 의미를 전할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일부 이용자끼리 몰려다니며 여론을 좌지우지하면 `친목질 ㄴㄴ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스마트폰에서 수시로 날아오는 `애니팡` 하트가 신경 쓰인다면 `무분별한 하트 ㄴㄴ해`라고 말하면 된다. 다가오는 연말연시, 애인 없는 처지가 한스럽고 다정한 커플의 모습이 눈에 거슬리면 `지나친 애정 행각 ㄴㄴ해`라고 괜히 신경질을 부리게 된다.

보통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행위에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ㄴㄴ해`는 경쾌하고 가벼운 어감으로 부담 없이 반대의 뜻을 나타낼 수 있어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서 널리 쓰인다. 특히 수많은 의견과 정보가 쏟아지고,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의 못마땅한 글도 볼 일이 많은 인터넷에서는 `ㄴㄴ해`처럼 가볍게 반대의 뜻을 전하는 말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

`ㄴㄴ해`는 최근 디시인사이드 선정 `2012년 최고의 인터넷 유행어` 6위에 올랐다. 디시인사이드에 따르면 한 디시인이 `같이 게임을 하자`는 글을 남기며 `go go해`라는 뜻으로 `ㄱㄱ해`라는 말을 쓴 것이 시초다. 이후 모음 없이 자음만 적고 `해`를 붙이는 표현이 유행했다는 설명이다.

충격과 공포, 놀람을 나타내는 말 `ㄷㄷ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놀라서 몸이) `덜덜 떨린다`를 `ㄷㄷ해`로 줄였다. 인터넷 초창기에 유행했던 줄임말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차가운 모니터 너머로 느낌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하기 위해 썼던 `ㅋㄷㅋㄷ(키득키득)` `ㅎㅎ(흐흐)` 등의 표현이 발전한 형태다.

진지한 교양인들은 이런 어법을 `한글 파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모음 없이 나열된 자음은 타이핑하기 편할 뿐 아니라, 모음이 빠진 여백을 바라보며 그 의미를 상상하고 조합하는 새로운 읽기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활 속 한마디

A: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ㄷㄷ해.

B:증거도 없이, 영장도 없이 남의 집 몰려가는 행태 ㄴㄴ해.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