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애플 아이폰5가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구입한 SK텔레콤 가입자 박모씨(45). 넉넉한 용량의 64GB 제품을 택했다. 분실에 대비해 `스마트세이프40(월4000원)`에 가입한 그는 깜짝 놀랐다. “보상을 받으려면 65만8000원을 일시불로 내야 한다”는 상담원의 설명 때문이다. 그는 “출고가가 107만원인데, 보상액의 절반 이상을 내가 부담하는 게 무슨 보험이냐”고 되물었다.
가입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분실보험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나치게 높은 자기부담금 때문이다. 유통 시장에 뿌려지는 보조금을 감안하면 “보상을 받을 바에야 새로 구매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상품을 운영하는 손해보험사 측은 분실보험을 악용하는 소비자가 많아 손해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스마트폰 판매를 시작한 2010년 보상한도에 따라 3만~8만원이었던 스마트폰 분실보험 자기부담금은 계속 올랐다. 2011년부터 통신 3사의 보험상품은 각각 월납입금을 700~1500원 인상하면서 자기부담금도 2만~10만원씩 늘었다. 아예 `손해액의 30%`라는 일정 비율로 받기 시작했다. 최고 요금 보험상품의 경우 SK텔레콤과 KT가 손해액의 30%, LG유플러스는 18만원을 받는다.
손해액의 30%라면 `보험사가 3분의 2 정도를 내고 나머지를 소비자가 부담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계산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보상한도가 대부분의 최신 스마트폰 출고가보다 낮다. 가령 SK텔레콤 스마트세이프40은 보상한도가 최고 60만원이다. 아이폰5 64GB 모델을 분실하면 60만원의 30%인 18만원에, 출고가(107만8000원)에서 보상한도를 뺀 47만8000원을 더해 65만8000원을 한번에 내야 새 제품을 받는다.
동일 보험료 상품을 이전과 비교해 보면 자기부담금이 오른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SK텔레콤에서 지난 3분기 가입을 중단한 `스마트세이프`와 이를 대체하는 `스마트세이프50`은 같은 5000원의 보험료를 받는다. 그런데 100만원짜리 단말기를 분실했을 때 내는 자기부담금은 30만원에서 40만5000원으로 35%나 올랐다. KT·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 보험도 비슷하게 인상됐다.
보험료 인상에 상품을 운영하는 손해보험사는 심각한 적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 35.3%였던 휴대폰 분실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131.3%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보험금 지급액도 122억원에서 3009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718억원에 이른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불어나는 구조다.
이는 분실보험을 악용하는 일부 소비자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본인 휴대폰을 제3자에게 판 후 허위 분실신고로 보험금을 가로채는 행위 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통신사 조사에 따르면 보험 가입자와 비가입자 간 약정기간 내 분실신고율은 각각 22%와 8%로 2.5배 이상 크게 차이가 났다. 일부 가입자의 보험 악용이 충분히 의심되는 수치다.
하지만 다른 보험에 비해 사기행위 적발이 쉽지 않다. 심사로 걸러지는 비율은 2% 안팎에 불과하다. 문제를 풀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보험사·통신사가 수차례 회의를 했지만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일부의 도덕적 해이로 선의의 소비자들이 제대로 보험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보험료 월 5000원 휴대폰 분실보험 변경 전후 실제 소비자 부담금 비교
(출고가 100만원 단말기 분실했을 경우)
*회계연도별 휴대전화 분실보험 손해율 증가 추이(자료:금융감독원)
*A통신사 분실보험 가입자-미가입자 분실신고율(올 상반기 통계 2년으로 환산)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