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출시설 쳇바퀴 도는 이유는?

애플TV(가칭 iTV) 출시설이 또 터져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각)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최근 일본 샤프, 대만 혼하이와 만나 양산용 대형 HDTV 디자인을 논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애플TV 출시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투자회사 파이퍼 재프리의 진 문스터 분석가는 “연내 애플 TV가 출시될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테리 고 폭스콘 회장이 샤프의 LCD 공장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소문은 다시 촉발됐다.

하지만 새해를 한 달 앞둔 이상 진전된 소식은 애플이 디자인을 검토한다는 얘기뿐이다. WSJ도 “아직 공식 프로젝트는 아니다”라며 “검토 과정도 초기 단계”라고 전했다.

이처럼 애플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애플이 불안한 경제 상황과 맞물려 글로벌 TV업계 지형도를 바꿀 획기적인 전략을 아직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마크 모로비츠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올해가 아니라 2014년에 애플TV가 나올 것”이라며 “애플답지 않게 TV 시장에서는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TV 이용자에 맞게 유저인터페이스, 콘텐츠 등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애플 프리미엄`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사실 애플TV는 애플 고유의 제품 전략과도 잘 맞지 않는다. 애플 제품의 평균 수명 주기는 2년이지만 TV는 7~8년이다. 출시와 업그레이드를 중요시하는 애플 방침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 케빈 보이랜 IBIS월드 애널리스트는 “TV는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처럼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아닌 글로벌 시장 공략도 힘에 부친다. TV는 국가별로 표준이 상이해 내수시장 성격을 갖고 있는 대형 가전 제품이다. 이미 삼성전자, LG전자가 파고든 시장에 얼만큼 수요가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더욱이 콘텐츠 공급업체들과 계약도 남아 있다. 대니 크라이언 IHS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문제는 원활한 콘텐츠 공급을 위해 미디어 업체들과 진행해야 할 협의”라며 “각 국 전체를 고려한다면 이들 간 협력이 간단치는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품이 나온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국의 유명 벤처투자가인 마크 안데레센은 이날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애플이 TV를 출시하는 것은 확실하다”며 “2014년이 유력하지만 2013년 출시도 가능하고, 늦어도 3년 내에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TV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지만 출시되면 모든 사람들이 모방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