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한파로 인해 당장 전력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내년 1월 전력대란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영광원전마저 멈춰 서 `블랙아웃`이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까지 나서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과 보급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대기 중의 산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관심 대상이었다. 배터리와 달리 연료가 공급되는 한 재충전 없이 계속해서 전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에너지관리공단이 수소연료전지 보급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9년 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GS퓨얼셀의 가정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광주·전남지사에 설치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제품 기술력 분석과 사후관리였다. 체험관용으로 설치한 이 시스템은 초기에 고장을 반복하다 수년째 방치 상태로 팽개쳐졌다.
해마다 유치원·초등학생 4만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껍데기만 보고 갈 뿐이다. 기술력이 못 따라가는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탓이다. 애초부터 `경제성을 갖춘 기술력은 아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면 정부도 이 사업 시작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십 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선대에 설치한 수소연료발전시스템이 고철 신세가 된 사례도 있다. 포스코와 조선대가 지난 2005년 26억원을 들여 추진한 실증사업이 사후관리 부실과 책임소재 공방만 하다 결국 폐기 처분됐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시기 전국에 설치한 200여기의 가정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도 관리 상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애프터서비스(AS) 업체인 GS퓨얼셀은 전화 연락조차 되지 않는 등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유지관리가 부실할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도 대응에 적극성이 떨어진다. 관련 사실을 파악하기는 커녕 책임 피하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기존 연료전지 시설은 이미 골칫덩어리가 됐다. 버리자니 욕먹을 것 같고, 그렇다고 고장이 잦고 효율이 떨어지는 시스템을 매년 운영하자니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기술 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체계적인 사후관리다.
이참에 신재생에너지 시범사업 실태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사후관리 부실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서인주 전국취재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