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10>글로벌 특허소송의 중심-미국 연방지방법원

삼성·애플 소송에서 보듯이 글로벌 기업의 특허분쟁은 세계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다. 다국적 소송에서 시장 규모, 높은 손해배상액, 방대한 사실 관련 조사 제도, 체계적인 판례를 보유한 미국에서 특허소송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10>글로벌 특허소송의 중심-미국 연방지방법원

미국은 주와 연방으로 이원화돼 50개 주에 주법이 따로 있으나 연방법은 하나만 존재한다. 특허·저작권 등 지식재산권법은 연방법으로 연방법원에서 다룬다. 연방법원은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으로 구성되는데, 3심 개념이 아니고 사실심은 지방법원에서 끝난다. 고등법원과 연방법원은 항소법원으로 법률심만을 다룬다. 대법원은 특별한 경우만 상고를 허락한다.

원고인 특허권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피고가 답변을 한 뒤, 관련 사실을 캐기 위한 증거 개시(Discovery)에 들어간다. 특허 소송은 전문가들 싸움이다. 소송 증언 경험이 있는 교수나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전쟁 수준이다. 필자도 미국에서 특허 소송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기술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리인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지만, 소송 비용이 많이 들어 당사자가 소송의 승패에 대하여 지속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마크만 히어링(Markman Hearing)`이라고 해서 특허 청구항 해석에 대한 중간 판결이다. 청구항 해석 결과에 따라서 어느 정도 소송의 승패가 좌우되므로, 이 청문회만큼은 당사자가 참석해 분위기를 보고 끝까지 갈지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 제기된 소송 중 95% 이상이 중간에 협상에 의하여 끝나고 실제 재판으로 가는 경우는 소수다.

미국 재판의 가장 큰 특징은 배심원 제도다. 복잡한 기술 사건에 대하여 비전문인인 배심원이 맡는 것에 많은 논란이 있으나 전문가조차도 상반된 증언을 하는 경우가 많고 시민들이 사실 관계를 판단하는 것이 판사에게 부담이 적어서 배심원제를 유지한다.

연방 지방법원은 미국 전역에 분산돼 있다. 어느 주에 위치한 연방법원이냐에 따라 판사 성향이나 소송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원고는 빠른 진행 법원을 선호하고 방어하는 피고는 늦게 진행되는 법원을 선호한다. 소송 진행속도가 빨라 소위 `로켓 목록(Rocket Docket)`이라 불리는 동부버지니아, 특허권자에 유리한 텍사스동부, 하이테크 기업이 많은 북부 캘리포니아, 많은 회사 법인 설립지인 델라웨어의 연방지방법원 등이 유명하다.

미국에서도 특허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무효율이 높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식경제를 선도하려면 지식재산이 중요하다는 국가적인 판단 아래 지식재산 전문 고등법원(CAFC)을 설립한 후 특허 유효율이 높아졌다. 현재 법원장인 레더 판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사법활동을 통해 기술의 발전과 조화에 노력하고 있다.

고충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ck.ko@i-discov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