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 새 국제통신조약 `인터넷 통제권` 제외될 듯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최 국제회의에서 러시아 주도로 각국 정부에 인터넷 통제권한을 부여하려던 시도가 미국, 영국 등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BBC 등 외신이 14일 보도했다.

전 세계 193개 국가의 정부 규제기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두바이에서 열린 이번 ITU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는 국경을 넘나드는 각종 통신에 대한 새로운 국제조약을 채택하기 위해 열렸다.

회의에서 러시아, 중국, 사우디 아라비아, 알제리 등은 현재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대신 ITU에 인터넷 관장 권한을 주고 각국 정부에 동등하게 인터넷에 대한 강력한 검열과 감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국제조약의 범위를 유선과 이동통신 등 전통적 통신에 국한하고 인터넷은 제외하자며 맞섰다.

테리 크라머 미국 대표는 “인터넷은 지난 24년간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사회적 혜택을 전 세계에 부여해왔다”며 “(러시아 등이 제출한) 지금과 같은 합의문에는 서명할 수 없다”고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ITU는 일반적으로 합의를 통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왔으며 이번 회의에서도 조약을 개정하려면 단순히 절대다수라는 측면보다 공동의 인식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절충안이 나오고 이에 찬반 양측이 모두 동의하지 않는 한 인터넷 통제권 문제가 새 조약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등의 제안에 일부 다른 나라도 서명하겠지만, 미국 등 경제력이 큰 서방 국가들이 빠진 개정안은 실행력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회의에서 인터넷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인터넷이 지역마다 서로 다르게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설립된 지 147년이 된 ITU는 기술 표준을 정하고 국제전화에 대한 국가 간 요금부과제도를 결정한다.

인터넷 전송량이 전화통화량을 넘어서 이제 ITU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했던 하마둔 뚜레 ITU 사무총장은 “12일간의 회의는 전 세계 통신 관련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례 없이 아주 다양한 관심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의 최종 조약은 GMT 기준 14일 오후 1시30분(한국시각 14일 오후 10시30분)에 조인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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