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동특허제도 마침내 도입, 향후 글로벌 특허전쟁 구도는?

특허불모지라고도 평가받았던 유럽이 공동특허제도를 도입했다. 2014년 4월부터 유럽특허청(EPO)에서 특허를 획득하면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에서 추가인정을 받지 않아도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앞으로 미국, 일본 등 특허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혁신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6일 EU집행위원회와 파이낸셜타임즈 등에 따르면 EU는 최근 25개 회원국에서 통용되는 공동특허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유럽특허청이 창설된지 40여년만의 성과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빠졌지만 향후 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동안 유럽은 국가별로 특허체계가 달라 특허출원을 위한 시간적, 비용적 부담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같은 특허소송이라도 각 국 법원의 판결이 종종 달라져 소송 경비는 물론이고 지급할 대가도 천차만별이었다.

EU집행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따라 특허 출원 비용이 기존 3만6000유로의 6분의 1 수준인 5000유로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은 각 국 특허법에 맞게 서류를 만들려면 최소 1만3500유로의 비용이 들었다. 미국은 2000유로, 중국은 600유로 수준이다. 일련의 비용을 모두 감안하면 미국의 15배가 넘었고, 특허권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각 국에 내는 비용 등도 만만치 않았다.

앞으로 EU는 △파리 본부(섬유, 전기전자 특허법원) △뮌헨 행정부(엔지니어링, 기계 특허법원) △런던 지사(화학, 의약품 특허법원) 등 3곳에 유럽 특허법원을 창설한다. 또 공용어로 영어·불어·독어를 사용해 이 중 한 가지 언어로만 출원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유럽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추산 2011년 특허출원 비중이 전 세계 7%에 불과하다. 중국(25.4%), 미국(24.8%), 일본(17.4%), 한국(8.6%)에 이어 5위지만 가입돼 있는 국가 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다.

이번 제도 개편을 계기로 EU 회원국들의 특허 출원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지에 진출하려는 기업들도 적은 비용으로 특허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술혁신 동기가 마련돼 유럽 내 제품과 서비스가 한층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도 높다.

브루노 반 포텔스버르게 브뤼셀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정말 기다렸던 합의”라며 “유럽 내 산업이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