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주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12)에서 국제전기통신규칙(ITRs) 개정안에 서명한 것을 두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뜨겁다.
인터넷에는 우리 정부가 중국·러시아 등과 같은 입장으로 개정 규칙을 승인하면서 인터넷 검열 의도를 재확인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에 개정 ITRs에 미국을 필두로 한 영국, 스웨덴 등 소위 말하는 선진국들은 반대표를 행사한 반면에 우리나라는 중국, 이란 등 `사회적 통제 전력`을 가진 국가들과 찬성표를 던지면서 의혹이 더 커졌다.
가뜩이나 `불통` 인상이 짙은 현 정부에 대한 반감까지 실리면서 인터넷 여론은 더 나빠질 개연성이 커졌다.
그런데 방통위의 설명은 좀 다르다. 방통위는 이번에 채택된 결의문이 중국·이란 등이 주장한 `트래픽 관리`와는 전혀 무관하며 오히려 오랫동안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해온 인터넷 관리·발전 논의에 제2의 국제기구가 참여한다는 것에 찬성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검열` 수준의 통제가 현실화되려면 그 대상은 콘텐츠여야 하는데 콘텐츠 관련 사항은 아예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조문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국가 정책은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가더라도 `욕먹을 소지`가 많다. 더구나 요즘처럼 개방과 소통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에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의 상황이라면 정부가 관련 결정을 할 때 좀 더 신중을 기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이번 최종 서명에 반대하며 불참한 국가가 미국 등 20여개나 됐고, 추후 서명 여부를 통보하겠다고 한 국가도 40여개나 됐다.
우리나라가 먼저 `총대`를 매야할 일이었나를 곰곰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 신념이 맞다면 인터넷에서 번지는 여론에 대해 성의를 다해 이해를 구해야하는 것이 옳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