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영원히 떠 있을 수 없다. 하늘을 높이 날지만 언젠가는 내려가야 하는 것이 비행기의 운명이다. 비행기는 조종사의 의지로 내려가야 한다. 그것이 `착륙`이다. 자발적 의지로 내려가지 않으면 `추락`할 수 있다. 자기 의지에 반해 내려가면 그것은 `착륙`이 아닌 `추락`이다. 추락하는 비행기는 날개가 없다. 추락하는 순간에는 날개가 있어도 날개를 활용할 겨를이 없거나 날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추락하기 이전에 조종사의 의도대로 내려가는 과정이 착륙이다.
비행기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점은 이륙보다 착륙할 때이다. 소위 마의 11분간이라고 하는데, 마의 11분이란 이륙 후 3분간, 착륙 전 8분을 의미한다. 항공사고 74%가 마의 11분대에 발생한다고 한다. 그것도 올라갈 때 28%의 사고가 발생하고 내려갈 때 46%의 사고가 발생한다. 비행기 사고의 거의 절반이 내려갈 때 발생하는 것이다.
등반의 완성은 잘 올라가는 데 있지 않고, 살아서 내려오는데 있다고 말했던 산악인 오은성 대장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너도 나도 남보다 빨리 올라가려고 발버둥치지만 사실 정신없이 올라간 후 잠시의 성취감에 젖어 자만심에 빠져 있다가 순식간에 추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땅에서 이륙 후 하늘로 올라가는 비행기도 결국 잘 내려와야 한다. 높은 곳에 올라간 비행기일수록 낮은 곳으로 내려올 때 순간의 실수를 범한다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남보다 빨리 올라가서 성공했지만 진정한 성공은 성취감을 느낀 직후부터 어떤 자세와 태도로 다음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성공은 올라간 높이로 따지지 않고 올라가는 여정에서 얼마나 많은 깨달음을 얻었는지, 그리고 올라간 이후 다음 성공을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데 있다. 고산지대에 사는 식물일수록 자세를 낮추고 최대한 자신의 몸을 보호한다.
마찬가지로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일수록 자세를 낮추고 겸손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 `낮춤이 높임`이고 `내려감이 올라감`이라는 역설을 체험적으로 깨달은 사람일수록 높은 곳에 오르면서도 항상 바닥을 생각하고 내려가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