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잘 모르는 미지(未知)의 세계에서 이미 알고 있는 기지(旣知)의 세계로 점차 익숙해지면서 살아간다. 낯선 미지의 세계가 나름의 노력 끝에 익숙한 기지의 세계로 편입되면 더 이상 호기심과 설렘을 갖지 않을 것이다. 어제와 다른 내일의 삶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이전과 다른 세계로 나를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지의 세계에는 흔히 호기심과 두려움·기대감이 교차한다. 호기심이 이기면 과감하게 파고들 것이고, 두려움이 앞서면 머뭇거리면서 차일피일 미루게 될 것이며, 기대감이 고조되면 심장이 뛰고 다가오는 시간을 고대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살아갈 미래의 세상은 불확실할 것이며, 지금 이 순간에 완벽하게 사전에 계획을 세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을 믿고 불확실한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도전해보는 것이다. 본래 두려운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상에 대해서 내가 두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운 존재로 다가오는 것이다. 불확실한 세상, 미지의 세계, 두려운 대상 앞에 내가 서 있다. 내가 지금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불확실한 미지의 두려운 세계로 내 몸을 던져 도전해보는 것이다. 도전이 시작되는 순간, 두렵다고 생각했던 대상이 사라지고 어느새 마음은 평정을 되찾고 맑아진다. 계획과 실제로 일어나는 행동 간에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색다른 가능성이나 문제가 속출할 수 있다. 시작하기 전에 모든 것을 예측하고 완벽하게 계획을 수립한 다음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없다.
미지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들을 모두 사전에 고려해서 계획 수립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대강 초기 큰그림을 그린 다음 단계별로 하나둘 씩 실천하다보면 초기 계획의 무모함이나 치명적인 한계 등을 알 수 있다. 완벽한 계획을 수립한 다음 그 계획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비생산적이고 실효성이 없는 노력인지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함을 제거하는 확실한 방법은 불확실한 세계에 몸을 던져 도전해보는 방법 밖에 없다. 세상은 생각만큼 불확실하지 않음을 행동으로 옮겨 불확실한 세계로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