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선에서 후퇴한 것은 총수 중심 경영체제를 탈피하고, 각 관계사가 자율적으로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데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지난달 그룹 새 운영 방식으로 `따로 또 같이 3.0` 도입을 공식 발표했다. 따로 또 같이 3.0의 핵심은 계열사별 책임경영이다.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포함한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각 계열사 이사회에 일임했다. 그룹과 총수가 주도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계열사에 자율권과 책임을 주는 경영체제다. 재벌 그룹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부응한다.
SK그룹은 그룹 단위 활동이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개별 회사들이 각자 성장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새 경영체제를 도입했다. 각 회사 성장을 위해 개별 회사에 책임과 권한을 주는 새로운 시도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전문경영인에 맡긴 것도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새 경영체제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해 최 회장이 의장에서 물러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뒤따랐다.
김창근 신임 의장은 1974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에 입사한 후 SK그룹 경영기획실 재무담당 임원, 구조조정 추진본부장, SK 대표이사,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SK그룹 성장의 주역이다. 특히 1994년 그룹 자금 담당자로 고 최종현 회장을 도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는 등 SK그룹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루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SK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사업지주회사 SK㈜(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겸직할 정도로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식견이 뛰어난 몇 안 되는 경영자로 평가된다. 2004년 친정인 SK케미칼 부회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SK케미칼을 첨단 화학소재 및 생명과학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7년여간 기업가치를 400% 넘게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결정 권한을 가진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의장이 선임되면서 SK그룹 인사와 각 위원회 인선작업이 본격화돼 1월 중순에 그룹 인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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