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사가 지역 요식업체 수 백여 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 5년 이상 살아남은 요식업체 비율은 10%에 불과했다고 한다. 왜 일까. 나머지 90%가 문을 닫은 가장 큰 이유는 특별한 요리기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특별히 할 만한 사업이 없어서 자영업을 선택했고 그것이 요식업이었다. 그 집을 대표하는 요리 없이 식당을 차리면 손님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일을 시작했으니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식당은 차리기도 쉽지만 망하기도 쉽다. 진입장벽이 낮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하는 편이 더 맞다. 너나 할 것 없이 요식업에 뛰어들지만 경쟁력이 없으면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기 마련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자기 건물이 없어서다. 식당이 잘 되면 건물주가 가만두지 않는다. 그 식당을 내쫓고 직접 운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요식업과 소프트웨어(SW) 업계의 실태가 맞아 떨어진다. 진입장벽이 낮고 자기만의 대표적인 상품을 갖고 있는 곳이 드물다. SW로 성공하는 기업은 10%도 되지 않는다. SW업계 역시 자기만의 상품 없이 남의 일을 대신 받아 하다 보니 발전이 없다. 흔히 SW 개발인력이 넘쳐난다고 하지만 대부분 단순 코딩 작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정작 필요한 운용체계(OS) 같은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고급 개발자는 가뭄이다. SW 업계는 SW 제값받기가 궁극의 목표이지만 자체 개발 플랫폼 SW를 갖고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SW 업계는 제 값만 받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하지만 반드시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대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자기 상품이 있어야 비로소 제값을 받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외국 정부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직전에 고배를 마신 예가 있다. 세계 최고의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보여줬지만 해당국가 정부 관계자의 한 마디로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 한 마디는 다름 아닌 “당신네가 직접 개발한 SW는 어떤 것이냐”는 것이었다. OS나 데이터베이스(DB) 프로그램 등 플랫폼 SW는 물론이고 애플리케이션 SW도 모두 해외 기업 제품이었다. 분야마다 시장에서 수위를 지키고 있는 뛰어난 SW로 재구성한 수준이었으니 해당 국가에서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극단적인 예지만 자기 상품 없는 SW산업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중소 SW 업체 대부분은 일을 준 대기업을 욕한다. 대형 SI 업체가 프로젝트를 덤핑으로 따오다 보니 하청 중소SW 업체의 업무는 월화수목금금금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건설업계에서나 볼 수 있던 하청·재하청의 폐단이 첨단을 달리는 IT업계에서 만연하고 있다.
SW 제값받기가 정착하려면 업계 스스로 덤핑을 하지 않아야 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SW산업발전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