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휴비츠 대표를 만난 것은 12월 초 중국 상하이 출장을 다녀온 직후 경기도 군포 본사에서다. 김 대표는 중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곧장 부산 출장을 앞뒀다.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강행군을 멈추지 않았다. “출장은 나보다 해외 사업 담당자들이 더 많이 다닌다”며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매출의 85%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휴비츠를 지휘하는 그에게 매서운 겨울 혹한이나 빠듯한 일정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최근 중국 법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발걸음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휴비츠는 국내 최고의 광 전자 전문기업으로 독보적인 1위다. 검안기, 렌즈 가공기기, 현미경 등으로 올해 약 700억원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연평균 20%의 고성장을 이어온 강소기업으로 매출 대부분이 해외 시장에서 나온다. 경쟁사들도 세계적인 해외 기업들이다. 중소기업이지만 14년동안 단 한 번의 매출 감소나 분기 적자가 없었을 만큼 탄탄하게 회사를 운영해왔다. 대기업 하청이 아닌 자력으로 커왔다.
김 대표는 “안광학 의료기기나 렌즈 가공기기 같은 `눈`과 관련한 사업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급격하게 성장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경점과 안과병원에서 사용하는 안 광학 의료기기 세계 시장 규모는 1조원 대다. 연 평균 5%씩 성장하는 시장이다.
휴비츠는 일본이나 독일 기업에 비해 후발 주자로 출발했지만, 우수한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에선 황무지나 다름없는 시장을 개척했다. 디자인, 품질은 물론이고 기존 제품 대비 경제적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늘렸다.
김 대표는 “눈을 진단하는 고가의 정밀 기계인 만큼 교체 시기가 길고, 가격보다는 기업이나 브랜드를 신뢰하는 면이 더 컸다”며 “제품을 잘 바꾸지 않는 보수적 분위기가 강했지만, 최근 5년간 입소문이 타면서 경제적 선택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철옹성같은 의료기기 시장에 적극적으로 파고 들었다.
아무리 가격이 싸도 제품이 우수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휴비츠는 연간 매출의 최대 13%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디자인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 기술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 사업 시작 단계부터 R&D 인력들이 주축이 됐다. 초기 사업 기조는 꾸준히 이어져 회사 인력의 40% 상당을 연구원 비중으로 뒀다.
김 대표는 “광학기계라는 것이 기술만 있다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인만큼 중소기업이라도 연구개발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품종 소량 기기 생산으로 제품 수명이 긴 의료기기 시장을 공략했다. 신제품을 계속 개발해나가면서 시장의 요구에 다양하게 대응했다.
휴비츠는 유럽, 미주 지역은 물론이고 최근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발을 뻗고 있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법 제도가 정비되기 이전에 진출했던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현지 판매업자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의료기기인만큼 정부의 판매 허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악용해 판매업자가 휴비츠의 제품을 마치 자기 제품인양 등록한 사례다. 지금은 해외 경험이 풍부해진만큼 세계 100여국을 상대해 활발하게 사업을 펼친다.
휴비츠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 신사업으로 광학 현미경 사업에 착수했다. 광학 현미경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20억달러로, 매년 5%씩 성장한다. 오는 2015년에는 26억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휴비츠는 광학 현미경 분야에서도 정밀한 반도체를 들여다보는 산업 현장용 제품에 집중했다.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는 의료기기에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를 들여다보는 사업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올림푸스, 니콘 같은 세계적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
김 대표는 “광학 현미경 사업은 안 광학 사업과 유사한 면이 많다”며 “상당한 연구·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작은 어렵고, 고가의 제품인만큼 부가가치는 높다”고 했다. 시장 진입은 어렵지만 안정적 성장이 가능한 분야라는 의미다. 그는 시간이 걸려도 사업의 성장이 외부 시장 환경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안 광학 사업으로 10년 이상 유지했던 신장세를 산업용 광학 현미경 분야에서 다시 10년 이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회사의 성공 비결을 꾸준한 연구 개발과 신뢰에 기반을 둔 소통에서 찾았다. 매출의 상당액을 기술 개발에 재투자하지 않고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휴비츠가 100여개 국가에서 100개 이상의 현지 유통 파트너와 일하는 만큼 신뢰와 소통은 필수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휴비츠의 현지 유통 파트너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이 많다. 그는 “휴비츠가 어떤 회사인지 보여주기 위해서는 대표이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감성적 측면에서 신뢰를 느낄 수 있도록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데 노력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여러가지 문제의 해결책은 언제나 내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어려운 일도 시작과 끝은 내부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회사 임직원이 어떤 동기 부여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지 고민하고 소통해야 한다”며 “힘든 일 속에도 재미와 휴식이 있어야 하고, 권한과 대우가 함께 따라야 하며, 비전과 장래성도 보장되는 지 두루 살펴야 한다”고 봤다. 문제는 늘 내부에, 사람에 있다는 일관된 경영 철학이다.
휴비츠는 오는 2015년 매출 1000억원 돌파라는 목표를 세웠다. 광학 현미경 분야에 세계적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운 만큼 당분간 공격적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하반기부터 불황의 기운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며 “아직 개척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에 적극 진출해 지금까지 보여줬던 성장세를 내년에도 이어가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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