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매물`로 시장에 나와 화제가 됐던 기상청 슈퍼컴퓨터 2호기가 인수자를 찾지 못해 결국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기상청 관계자는 “국내외를 대상으로 슈퍼컴 2호기에 대한 수요를 조사했지만 이전을 희망하는 곳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불용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슈퍼컴 2호기는 2004년 기상청에 도입돼 기상정보 수집과 수치예보에 쓰였다. 구입에 500억원이 들어갔다.
2호기는 처리속도가 15.7테라플롭스(Tflops)로 도입 당시 세계에서 16번 째로 빠른 컴퓨터였다. 그러나 3∼4년 만에 5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각국이 슈퍼컴 도입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탓이다. 기상청에서도 2010년 각각 316.4테라플롭스 성능을 지원하는 슈퍼컴 3호기 `해담`과 `해온`에 메인 컴퓨터 자리를 내줬다. 내구연한(5년)도 넘었다.
이에 기상청은 공짜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걸어 인수자를 찾았지만 성능에 견줘 유지·관리가 까다롭고 만만치 않은 비용이 문제였다. 슈퍼컴을 24시간 가동하려면 전기요금만 한해 3억원 가량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형 전산실과 인력, 장비 등도 있어야 한다.
기상청은 장애 발생에 대비 20명 가까운 상주인력을 두며 연간 30억원 안팎을 썼다. 아무리 공짜라도 2호기를 선뜻 가져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현재 2호기와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훨씬 작은 제품을 10억원 가량에 구입할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내년 초에 열릴 기상기자재관리협의회에서 슈퍼컴 2호기의 구체적인 처리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용으로 사용할지 폐기 처리할 지는 협의회에서 확정된다.
앞서 기상청의 슈퍼컴 1호기도 2호기와 같은 길을 걸었다. 1999년 200억원을 들여 도입한 1호기 역시 무상 인도 조건을 내걸었는데도 수요처를 찾지 못했다. 결국 기상청은 1호기를 해체한 뒤 전시용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를 팔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