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왜 갑자기 여기저기서 힐링이라는 화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대인은 예전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부유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없이 피폐해지고 있고, 예전 보다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지만 목표를 달성한 이후 더 없이 허전해지고 있으며,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졌지만 더 불안에 떨고 있다. 볼 게 많아졌지만 정작 보고 싶을 때 볼 것은 별로 없고, 들을 게 많아졌지만 정작 침묵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먹고 마시고 입을 것은 다양해지고 풍부해졌지만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끼지 않는다. 더 많은 물질적 욕망을 찾아 오늘도 어디론가 바삐 달려가고 있을 뿐이다. 누구를 위해 왜 그렇게 바쁜 것인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리다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꼈을 때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왜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인생에서 느끼는 최대의 행복은 무엇인가? 그 행복의 원천은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 나를 다르게 생각하고 바라보게 만든 원동력이다.
힐링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자의든 타의든 내 맘과 몸에 새겨진 수많은 상처의 흔적들을 스스로 어루만지고 보듬어 주면서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를 비롯해서 정말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눈뜨고 보는 것보다 눈을 감고 볼 때 더 잘 보인다. 우리 눈은 너무나 많은 시각적 정보에 노출되어 있어서 너무 많은 것을 봐 왔으며 그 속에서 눈은 피로가 겹쳐 지쳐가고 있다. 보지 않고 봐야 더 잘 보일 때가 있다. 눈 먼 시대, 눈을 뜨는 방법은 눈을 감는 것이다.
세상을 다르게 보고 싶은가? 다르게 보고 싶은 대상 앞에서 눈을 감고 그 대상의 본질, 출처, 탄생 배경이나 사연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것이 여기까지 오는 여정에서 겪었을 다양한 고난과 역경을 상상해보자. 보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다. 눈으로 보기 전에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마음의 눈, 즉 심안(心眼)은 언제나 얼굴에 육체적으로 붙어 있는 육안(肉眼)보다 훨씬 심오한 것을 더 잘 볼 수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