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부품 시장에서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약진하는 사이 국내 업계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종 수요처인 세트 메이커가 직접 부품 업체를 선정하고,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은 오픈 셀 전략으로 선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퍼레이드, 노바텍, 하이맥스 등 디스플레이 구동칩, 백라이트유닛(BLU) 구동칩 업체들이 애플·삼성전자의 주요 디스플레이 부품 협력사로 부상했다. 디스플레이 패널 최종 소비처인 이들 세트 업체의 구매 정책이 변화한데 따른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패드향 LCD 구동칩(LDI)과 타이밍컨트롤러(T-con)를 지금까지 국내 팹리스인 실리콘웍스에서 주로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11월 출시된 아이패드미니에는 한국 업체 대신 대만 퍼레이드로 협력사가 선정됐다. 애플이 실리콘웍스를 제외하고 대만 업체를 2차 협력사로 선정한 배경은 초기 패널 품질 문제가 불거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42인치 이하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구매 방식을 절반 이상 오픈 셀로 전환한 것도 대만 업체에 반사이익이 됐다. 오픈 셀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가 패널과 구동부를 합친 모듈 형태로 세트 업체에 공급하는 종전 방식과 달리 패널만 판매하는 것이다. 모듈로 판매하면 패널 업체가 부품 협력사를 선택하지만 오픈 셀 방식에서는 세트 업체가 직접 부품 회사를 고른다. 노바텍과 하이맥스는 LCD 구동부는 물론이고 BLU 발광다이오드(LED) 구동칩, 전력관리반도체(PMIC)까지 한번에 공급할 수 있는 업체들이다. 현재 주요 부품들이 통합 칩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LED 구동칩과 PMIC 시장 선점 가능성이 높다. 리치텍은 일찌감치 한국에 진출, 디스플레이용 PMIC 시장에서 매년 1000억원대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노바텍은 3분기까지 전세계 LCD·BLU 구동칩 시장에서 매출액 220억대만달러(약 8136억원)를 기록했다. 하이맥스는 LCD 구동칩·PMIC를 통틀어 4억8210만달러(약 5176억원) 매출액을 올렸다.
LG디스플레이 협력사인 실리콘웍스(중대형 LDI·T-con·PMIC), 티엘아이(중대형 T-con)와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실리콘마이터스(PMIC), 아나패스(T-con) 등은 대만 업체들의 약진에 점점 더 압박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팹리스 업계 매출액 순위에서 10위 안에 드는 회사들이지만,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에 종속된 탓에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규모 양산 투자를 예고하고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이 성장하면 이 시장 또한 대만에 선점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